"시멘트 부족에 8일간 공사 중단"…현장 곳곳 '몸살'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레미콘 공급이 안 돼서 타설 작업을 못 해 8일간 현장이 멈췄습니다. 레미콘사와 협의해서 타설 일을 잠정 연기하긴 했지만 타설 도중에도 레미콘이 끊길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6일 서울 중구 서울시네마테크 건립공사 현장의 감리단장은 골조공사 작업이 진행 중인 현장을 보며 근심을 감추지 못했다.
이 현장은 2020년 1월 착공해 내년 1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최근 시멘트 수급 부족에 따른 레미콘 공급 차질로 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애초 지난달 31일 지하 1층 합벽 구간에 콘크리트를 타설할 예정이었지만, 레미콘 공급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고 레미콘사와 협의해 타설 날을 이달 10일로 잠정 연기했다.
레미콘 타설이 연기되면서 지난달 29일부터 전날까지 8일간 현장 작업은 중단됐다. 타설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후 공정으로 넘어갈 수 없는 데다, 타설이 언제 이뤄질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타설 준비 공정을 미리 해두면 자재 뒤틀림 등이 발생할 수 있어 그마저도 어려웠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현장이 사대문 안 도심에 있어 교통 체증 때문에 레미콘 회사에서도 차량 회전수 감소 등을 이유로 납품을 기피한다"며 "레미콘 1일 타설량 제한 때문에 현재 층별 소요 물량인 약 350㎥를 2∼3차례에 걸쳐 분할해 타설하고 있고, 레미콘운송노조 요구로 차량 대당 6만원의 추가 운반비를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주 물량 공급처인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이 지난해 6월 철거되면서 물량 확보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현장의 또 다른 관계자는 "레미콘 회사가 최소 40∼50개 현장에 물량을 공급하는데 각 현장 여건에 맞게 타설 날이 정해지다 보니 1군 회사나 대형 현장에 먼저 출하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렇게 작은 현장에서는 20대 분량을 원해도 레미콘 회사로부터 분량을 맞춰줄 수 없다는 연락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최근 시멘트 수급 불안 문제가 장기화하지 않도록 관계 부처, 시멘트 업계와 협의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오전 이 공사 현장을 찾아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서울시, 시멘트 협회 등 관계자들과 시멘트 수급 관련 논의를 했다.
원 장관은 "시멘트·레미콘 수급 문제로 건설 현장에 많은 걱정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산업부는 부족한 시멘트 내수 물량 확보를 위해 수출 시기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시멘트 업체도 수급 차질이 장기화하지 않도록 생산을 늘려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당장의 공급난을 타개할 수 있도록 국토부도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시멘트 업계는 올해 1분기 생산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늘었지만, 계절적 요인 등으로 시멘트 수요가 늘면서 단기간 공급 부족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으로 미뤄진 공사가 진행된 데다, 겨울철에도 따뜻한 날씨가 이어져 공정을 이어간 현장이 많아 타설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졌다는 것이다.
또 콘크리트 강도 기준 강화로 레미콘 생산 시 들어가는 시멘트 사용량이 늘어 시멘트 수요가 늘고 레미콘 생산량은 줄면서 공급 물량이 줄었다는 것이 협회의 설명이다.
한국시멘트협회 이창기 부회장은 "올해 1분기 시멘트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3.6% 늘었다"며 "공장에 재고가 부족할 정도로 생산과 출하를 열심히 하고 있다. 지난달 말로 정기 설비보수가 대부분 끝난 만큼 다음 주부터는 성수기 수준의 생산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토부는 전날 관계부처, 유관기관과 함께 협력 회의를 열고 정부가 시멘트 설비 가동률을 최대한 유지하고 수출 시기를 조정해 물량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아울러 원활한 시멘트 공급을 위한 운송 확대 방안 등 구조적인 문제도 계속해 논의할 방침이다.
chi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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