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카시·차이잉원 회동에 중국 “강력한 조치 취할 것”…미 “긴장 고조 안 돼”
“자기가 지른 불에 타 죽을 것”
대만 주변서 무력시위 가능성
케빈 매카시 미국 연방 하원의장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만남으로 대만해협에서 다시 한번 긴장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매카시 의장과 차이 총통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회동한 직후 당·정 기관을 총동원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음을 냈다. 미국은 중국이 이번 회동을 이용해 긴장을 고조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지만, 대만 주변에서 중국의 무력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대만 동부 해상에 항공모함을 파견하는가 하면 남중국해에서 실사격 훈련을 한다며 선박 출입을 금지하고 대만 주변에 군용기와 군함을 보내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와 국방부, 공산당 중앙 대만판공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외사위원회는 6일 일제히 대변인 담화와 성명을 발표하고 매카시 의장과 차이 총통 만남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미국은 중국의 엄정한 교섭과 반복된 경고에도 대만지역 지도자인 차이잉원의 미국 경유 허가를 고집했고, 하원의장은 그를 만나 대만 독립 분열 발언의 연단을 제공했다”며 “중국의 주권과 영토 완정성을 훼손하고 대만 독립 분열 세력에 심각하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고 강렬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어 미국과 대만 양측을 모두 비난하면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며 중·미 관계에서 넘어서는 안 되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고 대만 독립은 양안의 평화·안정과 물과 불처럼 서로 용납될 수 없는 막다른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과 대만이 결탁한 엄중하게 잘못된 행위에 맞춰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주미 중국대사관은 외교부와 별도로 담화를 내 “미국 측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단호하고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라며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제어하려 도모하는 자는 반드시 자기가 지른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국방부도 이날 대변인 담화를 발표하고 “어떤 형태로든 미국과 대만이 공식적인 왕래를 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는 이어 “중국 인민해방군은 고도의 경계를 유지하며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결연히 수호하고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을 수호할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중국 공산당 대만판공실 역시 성명을 내고 차이 총통 방미 및 매카시 의장과의 회동을 미국에 기대 독립을 도모하려는 도발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결연한 조치로 대만 독립·분열 세력과 그 행동을 징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의회격인 전인대 외사위원회는 성명에서 “미 정부와 의회는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모험을 하고 중·미 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손상시키는 것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중국의 이같은 강력한 반발은 지난해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 대만 방문 직후 대만 섬 전체를 포위하고 미사일을 쏘아 올렸던 것과 같은 대규모 무력시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이미 전날 매카시 의장과 차이 총통 회동 직전 항공모함 전단이 대만 동남부 해역을 지나며 항행 훈련을 하는 방식으로 경고음을 보냈다. 또 대만을 마주보는 푸젠(福建)성 해사국은 5000t급 순시선인 ‘하이쉰 06호’가 이끄는 편대가 오는 7일까지 대만해협 중·북부 해역에서 합동 순항·순찰 작전을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의 격렬한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만 고위 인사의 미국 경유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차이 총통이나 전임자 모두 경유한 바 있다”면서 “중국은 (대만 해협의) 현상 변경을 위해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행동을 취하기 위한 명분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대만 총통이 미국을 경유하고 의회 인사들을 만나는 것은 이례적이거나 드문 일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처음부터 중국이 공격적 방식으로 반응할 이유가 없다고 말해 왔다”며 중국의 무력시위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태를 진화하려는 미국의 노력과 달리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미국 본토에서 처음 이뤄진 미 하원 의장과 대만 총통의 공식 회동은 대만해협 뿐 아니라 미·중 관계의 긴장감도 고조시킬 가능성이 크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매카시 의장과 차이 총통의 회동으로 중국이 대만의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이 촉발되면서 미·중 관계가 더 악화일로로 곤두박질칠 위험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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