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고’ 건드린 이스라엘…알아크사 사원서 무력 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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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의 라마단 기간이자 유대교의 유월절이 시작되는 5일 하루 동안, 이스라엘 극우 정권이 중동의 대표적 '화약고'인 알아크사 사원에 경찰 병력을 두번이나 투입해 예배 중이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체포하거나 쫓아냈다.
<아에프페> (AFP)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동이 트기 전 이스라엘 경찰은 동예루살렘에 자리한 이슬람 3대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에 난입해, 예배를 드리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섬광탄'을 던져 꼼짝 못 하게 한 뒤, 마구 때리고 쫓아냈다. 아에프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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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의 라마단 기간이자 유대교의 유월절이 시작되는 5일 하루 동안, 이스라엘 극우 정권이 중동의 대표적 ‘화약고’인 알아크사 사원에 경찰 병력을 두번이나 투입해 예배 중이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체포하거나 쫓아냈다. 지난해 12월 말 이스라엘에 최악의 극우 정권이 탄생한 뒤 팔레스타인 정세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는 모습이다.
<아에프페>(AFP)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동이 트기 전 이스라엘 경찰은 동예루살렘에 자리한 이슬람 3대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에 난입해, 예배를 드리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섬광탄’을 던져 꼼짝 못 하게 한 뒤, 마구 때리고 쫓아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아랍권의 적십자사)는 이스라엘 경찰이 사원 안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고무탄을 쏘기도 했다면서 이날 충돌로 1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현장에 있던 한 주민은 <로이터> 통신에 “쿠란을 읽으며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섬광탄이 날아왔고 그중 하나가 내 가슴에 맞았다”며 흐느꼈다. 알아크사 사원은 이슬람교·유대교·기독교, 이 세 종교 모두의 성지인 동예루살렘 ‘성전산’ 안에 있는 사원이다. 이스라엘이 이곳에까지 경찰 병력을 투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이스라엘 경찰은 이날 소동에 대해 ‘먼저 발생한 폭동에 대응한 것일 뿐’이라고 맞섰다. 이들은 성명을 내어 4일 밤부터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복면을 쓴 선동자들이 사원 안에서 폭죽·막대기·돌을 던져 진압을 위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며 “사원을 훼손하려는 350여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 <시엔엔>(CNN)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날 밤에도 다시 사원에 난입해 안에 남아 있던 이들에게 즉시 밖으로 나가라고 명령했다. 이 광경을 담은 동영상을 보면, 무장한 이스라엘 경찰이 섬광탄을 써 가며 예배를 드리는 이들을 쫓아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분노한 팔레스타인은 즉각 보복에 나섰다. 가자 지구를 통치하는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날 두 차례에 걸쳐 로켓을 발사했다.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도 보복 폭격으로 맞섰다. 보다 못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대변인은 “성지에서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한다. 이는 거대한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1년 라마단 때도 성전산에서 이스라엘 경찰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충돌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무력 분쟁으로 확대된 바 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UN) 대변인은 성명을 내어 “이스라엘 경찰이 사원에서 주민들을 때리는 사진을 보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충격을 받았다”며 “성스러운 기간이 겹치는 지금은 평화와 비폭력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22개 아랍 국가들이 모인 아랍연맹(AL)도 긴급회의를 열고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알아크사 사원을 관리하는 요르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 중재를 해온 이집트, 수니파의 맹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 모두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폭력이 계속되는 것을 극도로 우려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말 이스라엘에선 역사상 가장 극우적이라고 평가받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새 내각이 들어섰다. 올해 1월 초에도 인종범죄 전력이 있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치안장관이 성전산을 방문해 큰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네타냐후 정권은 국내적으로는 ‘사법 장악’ 의혹을 받고 있는 사법 개편안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시민사회와 거세게 충돌하고 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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