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변호사 탓 8년 학폭 소송 패소...변협, 권경애 조사한다
권경애, 2심 재판 3번 안 나와 결국 패소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학교폭력 소송 불출석으로 논란이 된 권경애(58‧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의 징계 혐의를 직권으로 조사한다.
변협은 6일 “이번 일을 엄중한 사안으로 인식한다. 유족에 깊은 위로를 표한다”며 “의뢰인의 신청이 접수되기 전이지만 협회장 직권으로 조사위원회 회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협 회규에 따라 협회장은 징계 혐의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회원을 조사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다. 징계위원회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권 변호사는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을 대리한 뒤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소송이 물거품 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학폭 피해자 박모양은 2012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사립중학교에서 1학년 1학기부터 집단따돌림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양은 어느 날 물벼락을 맞아 온몸이 젖은 채 집에 돌아왔고, 학원 화장실에서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단체 채팅방에 박양을 초대해 모욕적인 말을 하는 온라인 괴롭힘도 벌어졌다. 학교에서는 별다른 조치 없이 전학을 권했고, 박양은 인천의 한 중학교로 학교를 옮겼다.
2015년 박양이 강남구의 한 여고로 진학한 후 다시 집단따돌림이 시작됐다고 한다. 박양은 “중학교 때엔 버텼지만 이번엔 아무 기운이 생기질 않는다”더니 그해 5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박양의 모친 이모씨는 이듬해 학교법인, 가해 학생들의 부모 등 38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소송 대리는 권 변호사가 맡았다. 1심 재판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한 가해 학생 부모 A씨가 이씨에게 5억원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지난해 2월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씨는 1심에서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33명 중 19명에 대해 항소했다. A씨도 배상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문제는 이후에 불거졌다. 권 변호사는 항소 4개월 후에야 항소이유서를 제출했다. 또 작년 9월 22일, 10월 13일, 11월 10일 3차례 열린 항소심 재판에 모두 불출석했다. 소송 당사자인 원고와 피고가 모두 변론기일에 3번 출석하지 않은 ‘3회 쌍방불출석’으로 이씨의 항소는 취하됐다. 민사소송법에 따라 재판의 양쪽 당사자가 3회 이상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하더라도 변론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한다.
재판부는 아울러 가해자 A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패소 사실을 알지 못한 이씨가 상고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됐다. 결국 이씨는 일부 승소였던 1심 판결마저 지키지 못하게 되어 아무런 배상도 받지 못하는 결과를 얻게 됐다.
◇이씨 “청소노동자로 풀칠…8년 산산이 박살”
이씨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권 변호사의 불출석으로 패소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씨는 “도대체 재판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냐고 물었더니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소송이 취하됐다고 한다. 귀를 의심했다”고 했다. 재판기일에 가지 않은 이유에 관해 권 변호사는 “한 번은 법원까지 갔으나 쓰러져서 못 갔고, 두 번째 기일은 수첩에 다음날로 날짜를 잘못 적어놔서 못 갔다”고 답했다고 한다.
권 변호사는 패소 후 5개월 동안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씨는 “가해자들이 재판에서 승소했다고 떠들고 다니겠구나 생각하니 미칠 것 같다”고 했다.
이씨는 “당장 상대방 측으로부터 거액의 소송비 청구가 쏟아져 들어올게 걱정이다. 청소노동자가 되어 풀칠하는 제가 절대 감당 못할 일”이라며 “법을 잘 아는 변호사는 제 아이를 두 번 죽인 것이며 자식 잃은 어미의 가슴을 도끼로 찍고 벼랑으로 밀었다”고 했다.
◇법조계 “변호사 3번 불출석은 어처구니 없는 일”
법조계에서는 원고와 피고가 3번 모두 소송에 불출석한 상황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한 대형로펌의 변호사는 “원고 측 변호사는 일정을 깜빡해서 불출석했다고 치지만, 피고 측 변호사는 상대가 불출석할 거라는 상황을 미리 알지 않았다면 3회 모두 양측이 불출석하는 상황이 우연히 벌어지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했다.
다만, 원고 측 변호사가 출석하지 않았을 경우 피고 측에서는 소송이 취하되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서로 불출석한 것으로 처리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도 있다. 피고 측 변호사가 소송에 나왔다가도, 권 변호사가 출석하지 않은 것을 보고 자신들에게는 피해가 없기 때문에 “쌍방불출석으로 해달라”고 했을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신인규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어처구니 없는 매우 무책임한 일”이라고 했다. 신 변호사는 “자기가 수임한 사건에서 재판기일을 가지 않는 변호사가 있을 수가 있나. 아무리 바빠도 대리를 보내고, 정 사건을 못 맡을 땐 사임을 해야 한다”며 “권 변호사는 연락을 피하지 말고 어마어마한 자신의 잘못에 대해 직접 책임을 지라”고 했다.
신 변호사는 변협을 향해서도 “변호사들의 신뢰 확보를 위해 엄정한 징계를 해야 한다”며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최악의 사건”이라고 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권 변호사에게 연락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권 변호사는 연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33기로 수료한 뒤 변호사로 활동했다. 개인 법률사무소를 시작으로 여러 법무법인을 거쳤다. 6일 법무법인 해미르는 권 변호사가 더 이상 해당 법무법인 소속이 아니라고 밝혔다.
민변에 가입해 한미FTA 반대, 국가보안법 수사 중단 촉구 등의 활동을 벌였다.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에도 참여했다.
2019년 조국 사태와 2020년 울산시장 선거 공작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 세력을 이탈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은 대통령 탄핵감”이라고 비판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선 “재난 틈타 튀어보려는 공포스런 쇼맨십”이라고 했다. ‘조국흑서’ 공동집필에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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