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안왔으면 대형참사"…정자교 붕괴 전날에도 꽃놀이 인파

5일 오전 9시45분께 발생한 분당 정자교 붕괴 사고 당시 모습. 순식간에 다리가 무너지면서 아래로 떨어진 시민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SBS)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5일 오전 붕괴된 경기 성남시 분당의 정자교는 평소 주민들의 통행이 많은 번화가 한복판에 위치해있다. 정자동 주민은 어제 사고가 더 큰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며 허울뿐인 지자체의 점검을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는 사고가 일어난 정자교를 매일 지나다닌다는 정자동 주민 A씨와의 인터뷰를 전했다. A씨는 처음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 사진을 봤을 때 너무 익숙한 곳이어서 소름 돋게 깜짝 놀랐다고 했다.

A씨는 사고가 일어났던 정자교는 정자역 근처에 위치해있으며 주변에는 회사와 아파트가 많아 늘 사람들로 북적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또 주변으로는 7개의 학교와 학원가가 있어 학생들도 늘 등하굣길로 이용하는 다리라고 했다.

다리 밑 탄천 쪽으로는 산책하는 사람들도 많은 곳이다. 특히 최근에는 날씨가 좋아 사고 전날까지도 꽃 구경을 나온 사람들로 더 붐볐다고 A씨는 설명했다. 그는 "그나마 평일에 비 오는 오전이어서 통행하는 주민이 제일 적은 날이었던 것 같다. 정말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5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정자교 보행로 일부 구간과 난간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 현장이 통제되고 있다. 이 사고로 30대 여성 A씨가 숨지고 30대 남성 B씨는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2023.4.5/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분당 주민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는 부분은 지난해 하반기 교량 정기안전점검에서 정자교가 '양호' 판정을 받았다는 점이다.

A씨는 "분당에는 탄천이 관통하고 있어서 그곳을 건너는 크고 작은 다리들이 되게 많다"며 이번에 사고가 난 정자교뿐 아니라 다른 다리에서도 사고가 일어날까 봐 불안하다고 했다.

분당 지역에서는 지난 2018년에도 야탑동 야탑10교 아래 배관이 터지면서 교각이 기울어 아스팔트 도로 440m 구간에 균열이 발생한 바가 있다. 하지만 당시 야탑10교도 파손 한 달여 전 안전점검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그때 야탑10교도 안전 등급을 받았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니까 다리를 지나다니는 시민들은 도대체 어떤 전문가가 어떤 점검을 하는 건지, 점검을 해도 이런 사고가 나니까 신뢰가 안 가고, 다른 다리 사정도 다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런 일이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으니 앞으로도 점검을 한다고 해도 불안하고 걱정된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A씨는 끝으로 정부와 지자체에 "말씀드린 대로 어떤 전문가가 어떤 점검을 하는 건지에 대해 시민들이 신뢰를 잃었다. 앞으로는 믿고 다닐 수 있게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전날 분당구청 교량관리 팀장, 직원 등 2명을 소환해 조사했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지난해 이뤄진 정기안전점검에서 정자교에 대해 내린 양호 판정 등 관련 사안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syk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