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돈 부족한 정부, 민간투자 활성화 '올인'

김규성 2023. 4. 6. 14: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수'펑크'에다 인플레 우려, 재정확대 카드 못 써
올 3월까지 한은에 48조원 빌려 재정 여력도 부족
경기 악화에 수출마저 부진, 민간활성화에 정책집중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장관회의 겸 수출 투자대책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6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통해 민간투자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수출이 지난 10월 이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민간소비 마저 둔화세를 보이면서 경기 전반이 흔들리자 내놓은 대책이다. 하지만 경기 악화, 인플레이션 우려에 재정상황까지 악화돼 정부의 쓸 수 있는 카드가 사실상 '민간투자 활성화'정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 추 부총리 "민간 참여 유인 높이겠다"
정부의 경기흐름에 대한 우려는 이날 회의를 주재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언급에서 드러난다. 추 부총리는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에 따른 수출 회복 효과는 더디다고 했다. 추 부총리는 "최근 자동차·2차전지 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반도체 등 수출에서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아직 본격화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월 대 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4%나 줄어든 상태다. 2월 전체 수출 감소폭인 13.6%보다 대중 수출이 훨씬 더 악화된 것이다.

내수 또한 둔화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다. 경제지표들이 내수 둔화를 가리키고 있다. 소비심리지수는 올 2월 90을 기록, 9개월 연속 기준선(100)을 밑돌고 있다. 민간소비는 지난해 4·4분기 전기 대비 -0.4%를 기록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정부가 '내수 붐업 패키지'로 이름 붙일 정도의 내수활성화대책을 내놓은 이유다.

한국 경제에 대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예측 또한 악화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올해 1%대 성장도 위태롭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잠재성장률 수준인 2%대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이날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바클레이즈,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 시티, 골드만삭스, JP모건, HSBC, 노무라, UBS 등 8개 글로벌 투자은행이 지난달 말 기준 보고서에서 밝힌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1%다. 특히 시티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0.7%로 예측했다. 노무라는 역성장(-0.4%)을 예상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잡고 있다.

정부는 수출 감소가 지속되고 내수가 둔화조짐을 보이면서 민간활력 제고를 정책방향으로 제시했다. 추 부총리가 13조원 이상의 신규 민자사업 발굴, 조선업 수출역량 강화를 위한 금융지원 확대 방안 추진 등이 대표적이다.

(장혜영 의원실 제공) /사진=뉴스1

■ 세수부족, 재정긴축…딜레마 빠진 정부
민간투자 활성화는 윤석열 정부의 긴축 기조에다 세수결손가능성까지 나오면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카드 중 하나다. 더구나 3월 근원물가는 4%대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고 국제유가 또한 불안정한 상황이다. 재정 투입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기 힘든 여건이다.

4년만의 세수결손 가능성도 부담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2월까지 국세 수입은 54조2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5조7000억원 감소했다. 세금이 걷히는 추세를 가늠케 하는 진도율은 더 나쁘다. 2월까지 걷은 세수를 올해 국세수입 전망치로 나눈 진도율은 13.5%다. 전년 17.7%보다 낮은 것은 물론 최근 5년 평균치 대비 3.4%포인트나 낮다. 이 정도 진도율이 연말까지 이어지면 정부가 당초 예측한 올해 국세수입 400조5000억원보다 20조3000억원이 덜 걷힐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세입 수준에 따라 재정을 투입한다. 세수가 줄면 전반적인 재정의 역할도 줄게 된다. 경기 대응도 그만큼 힘들어 민간의 투자활력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쓸 돈이 부족하다는 신호는 또 있다. 한국은행으로부터 끌어다 쓴 일시 차입금 규모가 급증한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으로 정부는 한은으로부터 48조1000억원을 일시 차입했다. 지난 한해 정부가 받은 총차입 규모보다 14조원가량 많은 수준이다.

일시 차입은 재정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입과 세출 간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자금을 단기간 차입하는 것을 가리킨다.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격으로 정부는 최대 50조원을 차입할 수 있다.

정부는 3월 말 기준 48조1000억원의 자금을 일시 차입하고 17조1000억원을 상환해 31조원의 잔액이 남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올 상반기 재정 신속 집행에 따른 통상적인 자금 조달이었을 뿐 세수 부족 등에 따른 차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정부의 한은 일시 차입은 세입과 세출 집행 간의 시차를 보완하기 위해 단기 국채(63일물)인 재정증권 발행과 함께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자금조달 수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고금리에 따른 경기둔화와 부동산 경기 침체, 세금감면 정책 등으로 세수가 예상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의 한은 일시 대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