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인 부른 퓨리에버 코인, 투자자들이 “시세조종” 의심한 이유는
투자자들 “가격 ‘펌핑’ 후 설거지에 당했다”
전문가들 “주식 등 기존 자본시장에 준하는 엄격한 규제 필요”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일어난 납치·살인 사건의 범행 동기로 가상자산(암호화폐) ‘퓨리에버 코인’ 투자를 둘러싼 금전적 갈등이 꼽히고 있다. 이 코인은 상장 이후 최고 1만원대까지 가격이 치솟다 현재 6원대로 가격이 내려 앉았다.
투자자들은 급격한 가격 변동의 배경에 시세 조작이 있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주식, 채권과 달리 자전거래가 강력하게 규제 받지 않는 점을 악용해 가격을 띄웠다가 물량을 내다파는 이른바 설거지 행위가 있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규제 사각지대였던 ‘코인판’에 당국의 규제가 서둘러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무법지대인 코인판에서는 일부가 사고 팔며 시장을 조작할 수 있는 시장에서 피해를 당하면 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 가격 급등하더니 업체가 입출금 막아...’가두리 펌핑’ 의혹 제기
‘퓨리에버’ 코인은 2020년 11월13일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에 상장됐다. 코인 백서(가상자산 발행자들이 공개하는 일종의 사업계획서)를 보면 블록체인을 활용해 청정공기를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소개한다.
상장 당시 2027원이던 퓨리에버 코인은 한 달 만에 1만원을 넘었다가 2021년 3월 다시 2000원대로 급락했다. 이때 강남 납치·살인 사건 피해자 A씨와 주범으로 지목된 법률사무소 사무장 이경우씨는 퓨리에버 코인 투자 홍보·마케팅 업무를 하던 40대 황씨·유씨 부부를 찾아가 투자금을 돌려받으려 하다 주거침입과 감금, 공갈 등의 혐의로 고소당해 경찰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퓨리에버 코인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시세 조작을 위한 자전거래(스스로 매수·매도하는 거래)로 의심되는 거래가 종종 있었다. 2021년 4월엔 500원대까지 폭락했던 가격이 2배 이상 오른 뒤 코인업체가 ‘테스트가 필요하다’며 코인 입출금을 막은 것이 대표적이다.
투자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가두리 펌핑 방식의 자전거래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가두리 펌핑은 코인 입출금 중단에 따라 거래소 간 코인 이동이 막히면서 일부 거래소에서만 코인 시세가 급등하는 현상을 말한다. 코인업체가 입출금을 재개한 뒤 퓨리에버 코인 가격은 다시 500원대로 내려왔다.
코인업계에서는 ‘마켓메이킹(MM)’이라는 이름으로 자전거래가 사실상 규제 없이 방치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MM’은 증권 시장에서는 특정 시점에서 거래 희망자가 특정 상품의 거래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제공해주는 행위다. 하지만 법적 제어 장치가 없는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시세 조작’과 가격을 올리고 내던지는 ‘펌프앤덤프(Pump and Dump)’에 악용되는 불법 수익 도구로 악명이 높다. 특정 코인을 의도적으로 매수해 가격을 끌어올린 뒤 매수세가 강해지면 비싼 가격으로 모두 팔아 차익을 챙기는 전형적인 스캠(사기)으로 ‘설거지’ 수법으로도 통한다.
MM은 유통물량이 적은 거래소에서 이뤄지기가 쉽다. 한국의 27개 가상자산 거래소의 일평균 거래금액은 3조원으로 세계 1위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12조원)의 4분의1에 불과하다.
◇ 발행사 “범죄와 연관성 없어”… 전문가들 “강한 규제 필요”
퓨리에버 코인 발행사 유니네트워크측은 범죄와의 연관성을 일절 부인하고 있다. 납치·살해 사건이 불거진 뒤 낸 공식 입장문에서도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해서 조만간 중요한 계약이 준비될 예정이다. 민감한 상황이기에 (범죄와) 연관성을 추측으로 이어가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상권 유니네트워크 의장은 “현재 저희 재단은 언론을 통해 해당 사건을 접하고 있으며, 피해자의 코인 회사 운영이나 코인으로 인한 원한 관계 등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고, 오히려 피해자가 본 재단의 코인에 투자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저희도 알지 못하는 무분별한 소문과 사실 관계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은 추측들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와 관련한 범죄가 계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본시장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강성후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 회장은 “현재 가상자산은 자본시장법 규제를 받지 않으니 사기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면서 “기존 전통 금융권 시장 수준의 규제를 해야한다. 주식 거래와 같은 수준의 규정들이 따라가야한다. 지금처럼 처벌받지 않거나 처벌 수준이 약한 상황이라면 코인 사기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증시한담] 증권가가 전하는 후일담... “백종원 대표, 그래도 다르긴 합디다”
- ‘혁신 속 혁신’의 저주?… 中 폴더블폰 철수설 나오는 이유는
- [주간코인시황] 美 가상자산 패권 선점… 이더리움 기대되는 이유
- [당신의 생각은] 교통혼잡 1위 롯데월드타워 가는 길 ‘10차로→8차로’ 축소 논란
- 중국이 가져온 1.935㎏ 토양 샘플, 달의 비밀을 밝히다
- “GTX 못지 않은 효과”… 철도개통 수혜보는 구리·남양주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