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계 우영우’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음악은 저의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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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연주 준비할게요."
'음악계의 우영우'로 불리는 그가 서울시향과 하는 네 번째 협연이다.
미소 띤 얼굴로 그의 연주를 지켜본 츠베덴은 "좋은 연주자다. 음악적인 부분은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시향 사회공헌 프로젝트인 '행복한 음악회, 함께!'를 통해 '멘토'로서 공민배를 가까이 지켜본 바이올린 단원 최해성씨는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배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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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연주 준비할게요.”
7일 서울시향과 협연하는 발달 장애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19·화성나래학교)의 다짐이다. ‘음악계의 우영우’로 불리는 그가 서울시향과 하는 네 번째 협연이다. 서울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리는 이 음악회를 현재 뉴욕필하모닉 음악감독인 얍 판 츠베덴이 지휘한다. 지난 5일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저한텐 음악이 전부”라며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는 쾌활해 보였다. 기자들에게 먼저 다가가 눈을 맞추며 명함을 건넸다. 어떤 게 멋진 연주냐고 묻자 “즐거운 마음, 편안한 마음, 진정한 마음”이라고 답했다. 연주할 때 무슨 생각을 하냐는 물음엔 “좋은 생각이 들고,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했다. 뚝뚝 끊어지지만 짧고 명료한 답변에서 순수함이 묻어났다. 좋아하는 연주자로는 힐러리 한, 벤자민 슈미트, 리차드 용재 오닐을 꼽았다. 지휘도 꿈꾸는 그는 영상으로 카라얀과 다니엘 바렌보임을 보며 지휘 동작도 연습 중이다.
그는 이날 기자들 앞에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가운데 독주 부분을 8분 남짓 연주했다. 서울시향과 협연할 이 곡의 느낌이 어떠냐고 물으니 “우아하고 감미롭다”고 표현했다. 미소 띤 얼굴로 그의 연주를 지켜본 츠베덴은 “좋은 연주자다. 음악적인 부분은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민배는 앞서 진행한 츠베덴과의 리허설에 대해 “재밌고 즐거웠다. 완전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츠베덴은 “템포를 느리게 가려고 했는데 공군이 ‘좀 더 빠르게 해달라’고 요구하더라”며 웃었다.
5살 때 자폐 스펙트럼 장애 판정을 받은 공민배는 9살에 피아노를 시작해 11살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왜 바이올린으로 바꿨냐고 묻자 “더 재밌다. 더 즐겁고, 잘한다”고 답했다. 음악을 하기 전엔 자폐가 심한 편이었다.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해 화장실에도 한 달에 두 번밖에 가지 않을 정도였다. 눈을 맞출 줄도 몰랐고, 소리에 예민해 노상 귀를 막고 살았다. 어머니 임미숙씨는 음악이 지닌 놀라운 치유의 힘을 전했다. “자폐아를 둔 부모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어요. 뭐든 아이에게 악기를 시켜보세요.” 그러면서 자신의 경험을 얘기했다. “직장에 다니느라 낮엔 아이를 돌보기 어려웠어요. 처음엔 시간을 메우려고 피아노 학원에 보냈거든요. 그런데 악기를 시작한 뒤에 정말로 아이의 모든 게 좋아졌어요. 음악이 아이를 살렸어요.”
자폐 자녀가 있는 츠베덴은 고국인 네덜란드에서 1997년부터 ‘파파게노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자폐아와 그 가족을 돕는 기구다. “자폐 친구들을 제가 잘 알아요. 아주 순수해서 우리에게 많은 걸 보상해줍니다. 뛰어난 재능을 지닌 친구들이 많아요.” 츠베덴은 내년 서울시향 음악감독으로 취임한다.
서울시향 사회공헌 프로젝트인 ‘행복한 음악회, 함께!’를 통해 ‘멘토’로서 공민배를 가까이 지켜본 바이올린 단원 최해성씨는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배운다”고 했다. “이 친구는 계산이나 숨기는 게 없어요.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여요. 너무나 순수한 영혼이죠.” 최씨는 “이 프로젝트가 오래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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