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복순' 전도연 "언제나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데뷔한지 30년이 넘었고 이젠 남녀노소가 인정하는 대한민국 국민 배우로 거듭났지만 여전히 전도연의 바람은 초심과 같았다. 언제나 누군가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늘 생각에 벗어나는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단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감독 변성현)은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전도연)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또는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 전도연은 길복순 역을 연기하며 지금껏 보여주지 않은 고난도의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전도연의 '길복순' 출연 과정은 처음부터 범상치 않았다. 대본이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작품의 출연을 약속한 것. 전도연은 "시나리오가 나오기도 전인데 변성현 감독이 날 놓고 작품을 쓰고 싶다고 해서 너무 반갑고 하고 싶었다. 또 액션 장르라는 점에서, 딸과 엄마의 관계를 다룬 작품이라는 점에서 대본이 보고 싶기도 했다"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들려주면서 "액션이 생각보다 많아 당황스럽긴 했지만 이야기 자체가 연예계 쪽이랑 연관되어 있는 부분이 많아 잘 받아들여졌다"고 대본을 마주했을 때의 첫 심경을 들려줬다.
전도연에게 길복순 캐릭터가 더 가깝게 다가왔던 건 실제로 변성현 감독이 전도연 모녀의 관계성을 참고하며 시나리오를 써 내려갔기 때문이기도 했다. "변 감독이 여자 이야기를 안 써보기도 했고 모녀 관계를 잘 모른다고 해 우리 집에 자주 놀러왔다"는 전도연은 "그런 이유 탓에 관계성이 많이 반영됐다. 디테일한 대사까진 아니지만 모녀의 관계성은 많이 반영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도연은 어떤 점이 가장 닮았냐는 물음에 "엄마의 입을 다물게 하는 그런 부분들이 닮은 것 같다. 아이가 사춘기일 땐 자아가 생겨서 스스로 판단하려 하고 생각하려 하게 되지 않냐. 어렸을 땐 내가 다 맞다고 한 반면, 요즘은 아닌데 그런 부분이 많이 투영됐다"고 웃으며 "처음엔 그런 딸이 답답하기도 했으나 요즘은 다 지나간 것 같다. 언제부턴가 믿고 맡기게 됐다"라고 전했다.
'길복순'의 가장 큰 차별점이자 특징이라고 한다면 전도연이 직접 펼치는 고난도의 액션이다. 전도연이 이토록 본격적인 액션에 도전하는 건 처음이기 때문.
액션을 소화한 소감을 묻자 그는 "너무 힘들었다. 정말 나랑은 안 맞았다"라고 솔직히 털어놓으면서도 "다만 촬영하며 무너지고 싶진 않았다. 사실 여자가 선보이는 액션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가 낮지 않냐. 심지어 전도연의 액션이라고 하니 기대감은 더 낮았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악물고 참으며 '잘 해내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그냥 했던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떠나서 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해내야 한다는 근성으로 해냈다. 그렇게 계속 치열하게 도전하며 액션을 끝마쳤다"라고 해 감탄을 자아냈다.
다시 액션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있을까. 전도연은 "이번 작품을 통해 충분히 보여줬다 생각하기 때문에 당분간 안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농담 반 진담 반의 답변을 건네며 "감독님도 배우들이 이렇게 고생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을 정도로 다 보여줬다. 두 번 다시 액션은 안 하실 거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다만 그건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런 전도연의 진심은 국내를 넘어 해외 시청자들까지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공개 단 3일 만에 1961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영화(비영어)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것. 심지어 한국을 비롯해 홍콩, 대만, 베트남 등 국가에서는 1위를 기록, 캐나다, 독일, 스페인, 브라질, 그리고 뉴질랜드 등 총 82개 국가 톱10 리스트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결과를 받게 돼 너무 감사하다.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3일 만에 1위가 됐다고 해 뛸 듯이 기쁘다"는 소감을 전한 전도연은 "사실 매번 글로벌 1위를 하고, '일타스캔들'처럼 시청률 17%를 찍을 순 없지 않냐. 그럼에도 이런 작품이 나와 감사하다. 지금까지 잘 해왔구나, 내게 큰 위로와 힘이 되어준다. 앞으로도 흥행작이 또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 해나갈 것이라는 마음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일타스캔들'과 '길복순'의 대박으로 연기 인생 33년 차의 시작을 순조롭게 열어낸 전도연. 전도연은 앞으로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영화 '밀양'을 통해 처음으로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을 때 다들 '지금이 전도연의 정점이다'라고 하셨는데, 날 '접속'에 처음 캐스팅해 준 신 대표님은 '난 이게 너의 정점이 아니라 생각해. 네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더 궁금해'라고 해주셨다. 얼마 전에도 '길복순'을 보고 연락이 오셨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더 궁금해졌다'고 하시더라. 사실 내가 하고 싶은 게 많더라도 사람들이 생각에 갇혀 있으면 보여드리기 힘들지 않냐. 그런데 그런 말을 들으니 힘이 많이 됐다. 앞으로도 계속 궁금해지고 기대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길복순'에 대해선 "단비와 같은 작품이었다. 메말라 있던 땅을 적셔주는 단비와 같은 작품이었다"고 한줄평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넷플릭스]
길복순 |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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