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윤 일병 9주기 앞두고...“진상규명해달라” 인권위 진정
軍,“냉동식품 먹다 질식” 발표
대법원·진상규명위 “사건 은폐 의도 없어”
유가족 이의신청에 진상규명위 재조사
6일 윤 일병의 유가족은 군인권센터와 함께 서울 중구 인권위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 검찰이 가해자들을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로 공소제기한 것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고 진상규명해달라”고 밝혔다.
경기도 연천 육군 28사단 예하 포병대대에서 근무하던 윤 일병은 2013년 말부터 4개월가량 선임병들에게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린 끝에 2014년 4월 사망했다.
사건 초기 군 당국은 윤 일병이 냉동식품을 먹다가 질식사했다며 사인을 ‘음식물로 인한 기도폐쇄에 의한 뇌 손상’으로 밝혔지만, 군인권센터의 요구로 재수사한 결과 사인은 가혹행위로 인한 좌멸증후군 및 속발성 쇼크에 의한 사망으로 드러났다.
윤 일병 사망 전 가해자들이 한 달 동안 잠도 재우지 않고 폭행하는 등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가해자들에게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며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했던 군 검찰은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이들의 혐의를 살인으로 변경했다.
대법원은 2016년 주범 이씨에게 징역 40년을, 폭행에 가담한 나머지 3명에게 징역 5~7년을 확정했다.
이를 두고 유족은 사건 초기 군 당국의 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법원은 “군 수사기관의 수사와 발표에 위법성이 없었고, 군이 고의로 사건을 은폐·조작하려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가해자인 이씨의 배상 책임만을 인정했다.
이에 군인권센터 측은 “진상규명위가 황당한 결론으로 육군에 면죄부를 줬다”며 “2월 22일 이의신청을 제기해 지난달 27일 진상규명위가 재조사를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윤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 씨는 “내일은 승주가 세상을 떠난지 9년째 되는 날인데 아직도 소송하고 진정해야 하는 상황이 어이없고 화가 난다”며 “대법원도, 진상규명위도 모두 유가족의 주장을 억지인양 표현하는데, 저희가 군에서 들었던 숱한 기만은 무엇으로 설명해야 하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군인권센터 측은 “윤 일병 사건은 군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은폐·조작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또 유가족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날 오후 1시30분께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 위치한 진상규명위를 항의방문해 위원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항의방문에는 故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 등 다른 군 사망사고 유가족들도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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