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기득권 양대 정당에 경고장 보낸 4·5 재보선
(서울=연합뉴스) 5일 실시된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당선됐다. 과거 통합진보당에 뿌리를 둔 진보당은 다시 국회로 진입하게 됐다. 이에 따라 진보 계열 정당의 의석수는 정의당 6석, 기본소득당 1석을 포함해 8석으로 늘었다. 전국 9곳에서 치러진 이번 4·5 재보궐 선거는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의 향배를 가늠할 좋은 기회였으나 여론의 관심은 크지 않았다. 거대 양당이 치열하게 맞붙은 선거구가 없었고, 눈에 띄는 이슈도 없었기 때문이다. 경남 창녕군수 보궐선거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국민의힘 출신 성낙인 후보가, 울산 교육감 보궐선거에서는 진보 성향의 천창수 후보가 당선됐다. 또 경남과 경북의 광역 의원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들이 승리했고, 전북·경북·충북·울산 등 4곳의 기초 의원 선거에서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두석 씩 양분했다. 기존의 지역 구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결과이다. 다만 진보당이 소위 민주당 강세 지역인 호남에서 승리한 것은 최근 무당층의 증가와 맞물려 주목되는 대목이다. 2014년 통진당 사태 이후 갈라선 정의당과 진보당이 원내에서 함께 활동하게 되면서 양당 간 관계 설정도 관심이다.
이상직 전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열리게 된 전주을 재선거에서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애초 민주당 소속이었던 두 후보가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 색 점퍼까지 입고 선거 운동을 벌였다. 그런데도 이들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이나 국민의힘 후보가 5위로 낙선한 것은 갈수록 부정적 측면이 도드라지는 양당 정치의 폐해에 대한 유권자들의 경고로 해석된다. 이곳은 전통적인 민주당의 텃밭인 동시에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한 정운천 의원이 승리했던 지역이기도 하다. 지난달 말 한국갤럽이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무당층의 비율은 지난주보다 4%포인트 증가한 29%로 나타났다. 정치권에서는 '제1당은 무당'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선거 때마다 약속했던 협치는 온데간데없고 극단적인 혐오와 비난만 난무하는 상황이니 국민들이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양당이 이런 상황을 개선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승자독식의 대통령 선거와 소선거구제의 국회의원 선거 시스템이 존속하는 한 중원은 거들떠보지 않은 채 지지층만 끌어안는 전략이 정치공학적으로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 과거 주요 선거 때마다 제3세력이 등장했으나 매번 실패했다는 집단 경험, 그리고 어떻게 되는 두 당 중 한 곳이 집권한다는 확고한 믿음 속에 양당의 '적대적 공생'이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재보선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이례적으로 낮은 투표율이다. 전주을 재선거 투표율 26.8%는 사전투표제가 도입된 2014년 이후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가운데 세 번째로 저조한 것이다. 강 당선인이 득표한 1만7천382표는 전체 유권자의 10.4%에 해당한다. 울산시 교육감 보궐선거 투표율도 26.5%로, 역대 시 교육감 선거 중 최저로 기록됐다. 투표율이 낮다고 결과의 정당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대표성에 의문이 제기될 만한 수준이다. 선거일이 평일인 데다 날씨까지 궂었고, 특별한 선거 이슈도 없었다는 점이 투표율 저하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정치 무관심도 한몫했다. 어쩌면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투표 포기를 통해 기득권 양당의 행태에 항의한 것일 수도 있다. 마음이 떠난 유권자들이 갈 곳이 없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위기이다. 국민이 외면하면 정치는 더 나쁜 길로 향하기 마련이다. 현재 진행되는 선거제 개편 논의가 이번에도 무위로 돌아갈 경우 내년 총선에서는 유권자들이 나서 정치권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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