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뱅크런]㊤손가락으로 내 돈 찾을 때 위기도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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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역사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앞당긴 건 스마트 폰이었다.
SVB 초고속 파산을 부른 건 스마트폰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스마트폰이 가져온 '디지털 뱅크런'을 현실에서 체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두고 "스마트폰 뱅킹 앱을 열고 숫자를 몇 번 두드리는 것만으로 뱅크런이 일어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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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페이, 토스뱅크도 SNS 소문에 '진땀'
자본시장연구원 "은행 건전성 관리에 중대한 도전"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40년 역사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앞당긴 건 스마트 폰이었다. 스마트 폰 보급률 1위, 대한민국에서도 '디지털 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디지털 뱅크런'을 다시 들여다봤다. [편집자]
지난 달 미국에선 실리콘밸리은행(SVB) 은행이 파산했다. 1983년 문을 열고 벤처 기업들의 자금줄로 우뚝 서기까지 40여 년이 걸렸지만 붕괴하는 데는 단 36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SVB 초고속 파산을 부른 건 스마트폰이다. 파산 전날인 지난 달 8일(현지시간) SVB는 예금이 감소해 현금이 줄어 매도가능증권(AFS·만기 전 매도할 의도로 매수한 채권과 주식)을 매각해 18억 달러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다.
다음 날인 9일(현지시간) SVB 주식은 개장과 동시에 폭락했다. 개장 직후인 오전 10시 30분쯤 스타트업 메신저 '슬랙'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허구와 사실이 뒤엉켜 퍼지면서 불안감이 확산했고, 고객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총자산 4분의 1에 달하는 420억 달러(약 55조3천600억원)의 예금을 찾았다.
결국 다음 날(10일) 오전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충분하지 않은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했다. 파산 관재인(연방예금보험공사·FDIC)도 속전속결로 결정됐다. 이후 SNS와 스마트폰을 통해 확산한 불안감은 시그니처은행으로 전이됐다. 뉴욕 시그니처은행은 SVB가 파산한 날 총예금의 20% 상당인 100억 달러(13조1천790억원)가 빠져나갔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과 SNS는 금융위기와 관련해 고려할 만한 요소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스마트폰이 가져온 '디지털 뱅크런'을 현실에서 체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두고 "스마트폰 뱅킹 앱을 열고 숫자를 몇 번 두드리는 것만으로 뱅크런이 일어났다"고 평가했다.
은행 창구에서 줄을 서지 않아도 몇 번의 터치만으로 신속하게 거액이 모이고, 빠져나가는 만큼 앞으로 이런 류의 뱅크런 파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은행은 온라인에서 퍼지는 소문만으로 위험을 경험했다. 지난해 10월 15일 오후 3시 30분쯤 카카오가 입주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의 일부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다. 당일 반나절 만에 온라인에선 "카카오뱅크에 넣어둔 예금을 다른 은행으로 옮겨야겠다"는 글들이 올라오며 불안감이 빠르게 퍼졌다. 결국 다음날 감독 당국이 "안전하다"고 해명에 나서야만 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최근 내놓은 신상품 '이자 미리 주기' 적금과 관련해 일부 온라인커뮤니티에선 '유동성이 부족해 수신을 유치하려는 고육책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글들이 올라왔다. 토스뱅크는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며 해명하고 있으나 여론은 여전히 뒤숭숭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SNS에서의 정보와 의견 공유, 이에 따른 모바일을 통한 예금인출이 급속한 뱅크런의 기폭제가 됐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면서 "이런 금융시장환경 변화는 중앙은행과 정부의 은행 건전성 관리에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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