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시진핑과 동시에 만나는 유럽의 '굿캅'과 '배드캅'

김하늬 기자 2023. 4. 6. 14:1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치 프로레슬링의 '태그 팀'처럼 2인 1조로 활약할 것"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3일 (현지시간) 중국 방문을 앞두고 파리 엘리제 궁에서 만나 반가워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중국을 국빈 자격으로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그리고 우르줄라 폰데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3자 회동이 곧(6일) 성사된다. 유럽 쪽에서는 마크롱 대통령과 폰데라이엔이 유럽을 대표하는 '굿캅(좋은 경찰)'과 '배드캅(나쁜 경찰)' 역할을 교대로 하며 시진핑을 압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6일 영국 BBC방송은 "중국은 EU의 잠재적인 균열점을 이용하려 하겠지만, 에마뉘엘과 폰데라이엔은 시진핑을 만나 단결된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두 사람은 마치 프로레슬링의 '태그 팀(Tag Team)' 처럼 교대로 시진핑을 상대하는 '한 팀'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연합과 중국 간 무역 문제를 논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추기 위해 힘을 합쳐 밀어붙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인 5일 중국에 도착했다. 에어버스 수장을 비롯한 프랑스 기업이 60명과 함께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 대규모 무역 거래 체결도 예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BBC는 마크롱 대통령은 '좋은 경찰' 역을 맡아 궁극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까지 끌어들이는 시도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프랑스 엘리제궁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마크롱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는 것에 대해 "중국의 제안에 대한 합의점을 찾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반면 폰데어라이엔은 '나쁜 경찰' 역에 가깝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강력한 유대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나토(NATO)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폰데라이엔은 중국 방문 며칠 전, 시진핑 주석이 푸틴 대통령과의 '우정'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강한 어조로 비판한 바 있다.

(베이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5일 (현지시간) 국빈 방문한 중국의 베이징 대사관저에서 교민들과 모임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또 미국이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시도하고 있는 점을 감안, 유럽은 조금 온전한 방식의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유럽은 중국에 대해 외교적 측면은 더 강경하게 말하고, 무역은 다양화하고, 기술을 철저히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싱크탱크인 독일 마셜 펀드의 선임 연구원인 앤드류 스몰 박사는 "(두 사람은) 중국에 대한 유럽 정상들의 상당히 다른 두 태도를 대표적으로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한편은 중국이 전쟁에 나선 푸틴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살상 무기 등을 원조하고 있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쪽이다. 그것이 유럽과의 전체적인 관계에도 나쁜 쪽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입장으로, 이는 폰데어라이엔 측 태도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을 포함한 재계는 "이 와중에도 중국과 상업적, 경제적 관계는 이어진다.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은 여전히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 한다"고 언급했는데, 이게 다른 한편의 대표적인 입장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3자회담을 지켜보는 미국의 입장도 있다. 앤서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올해 초 베이징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정찰 풍선' 사태가 터지면서 일정을 취소한 뒤 지금까지 중국 지도부와 만나지 않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를 떠나기 전, 바이든 대통령과 중국 포용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으로선 프랑스와 EU 집행위원장을 통한 접촉이 그나마 시진핑 주석과 대화할 가까운 접점인 셈이다.

(모스크바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와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의 대응도 관전포인트다. 중국이 러시아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지렛대 삼아 미국을 견제하는 '대담한' 행보를 펼칠 수도 있다는 분석에서다. 중국은 미국의 '궤도'에서 유럽의 일부를 떼어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외교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따라서 중국은 폰데라이엔에는 일부 경계심을 갖고 대할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중국은 EU의 '디리스킹' 전략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시진핑 주석이 경제적 자급력을 높이고 '2강 체제(Dual Circulation)' 전략을 유지하기 위해선 유럽을 향한 반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싱가포르국립대에서 아시아·유럽 관계를 연구하는 루벤 웡 정치학과 부교수는 "중국인들도 미국이나 러시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상황에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 정부는 미국이 지금껏 해내지 못한 일을 중국이 할 수 있다는 걸 세계에 보여줄 기회로 여길 가능성도 점쳐진다. 중국이 러시아가 시작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마크롱 대통령과 일부 협력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들의 관측이다. 윙 박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때, 중국은 평화의 중재자로 협상 테이블에 있기를 원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글로벌 외교무대에서 인지도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라고 봤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