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투자는 호호 웃는데, 천연가스 ETF는 지지부진 왜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2023. 4. 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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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OPEC 플러스(+)의 갑작스러운 원유 감산 소식에 잠잠했던 원유가격은 다시 상승했지만 천연가스 가격은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두 에너지원의 용처와 생산 구조가 다르기 때문인데 월가에서는 1~2년 이후 천연가스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5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업거래소 선물 가격 기준 천연가스 가격은 MMBtu당 2.12달러로 일주일 전인 지난달 31일과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72달러에서 80달러 수준으로 11% 급등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2일 OPEC+가 내달부터 석유 생산량을 자발적으로 하루에 50만배럴씩 감산하겠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유가 선물은 급등했지만 대체재로 인식되는 천연가스 가격은 다른 흐름을 보인 것이다.

관련 기업들의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도 서로 다른 흐름을 보였다. 마라톤 오일, 엑손모빌 등 원유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최근 5거래일간 주가가 각각 7.4%, 7.1%씩 상승했지만 천연가스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그렇지 못했다. EQT는 같은 기간 3%, 체서피크에너지는 1.3% 주가가 오르는 데 그쳤다.

블룸버그 천연가스 지수를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 블룸버그 천연가스 ETF(BOIL)’도 주가가 최근 5거래일간 0.3% 상승한 반면 ‘에너지 셀렉트 섹터 SPDR 펀드(XLE)’는 4.4% 올랐다. XLE는 S&P500 에너지 섹터 내에 있는 기업들의 시가총액 비중 만큼 편입하고 있는 ETF다. 엑손모빌, 셰브론, 코노코필립스 등 원유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들 비중이 높은 셈이다. BOIL은 국내 미국주식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8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종목일 정도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은 종목이기도 하다.

증권 전문가들은 첫번째 원인을 원유와 천연가스의 용처에서 찾는다. 미국 에너지관리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사실상 난방에 사용되는 천연가스 비중은 전체 사용량의 53%이다. 반면 원유는 각종 운송수단의 원유나 산업 기초 소재에 가장 많이 쓰인다. 천연가스는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이 의존하던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끊기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그런데 겨울이 지나 유럽을 중심으로 난방 수요가 많이 줄어들었고, 지난해 미국도 충분한 천연가스 재고를 쌓아둠으로서 가격 상승을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원유 재고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미국 석유 기업들의 시추가 늘어나면 천연가스 재고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에 있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원유 가격이 오르면 시추 기업들은 원유를 더 많이 생산할 유인이 생기는데, 셰일층에서 원유를 시추하는 방식은 그 과정에서 천연가스를 함께 발생시킨다”고 분석했다.

다만 천연가스 가격이 원유 시추 증가로 인해 추가하락할 것이라는 점에는 반론도 제기된다. 더그 레가트 뱅크오브아메리카 연구원은 “유가가 상승해도 원유 시추 기업들이 급격하게 시추량을 늘리지 않을 것”이라며 천연가스 생산 기업들에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했다.

천연가스 가격이 1~2년 후 반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럽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미국 기업들에 기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유럽행 천연가스 수출량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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