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브라질서 유로화 제친 위안화... 달러패권 견제 성과내는 中

이윤정 기자 2023. 4. 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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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달러 패권에 맞서 추진하는 위안화 국제화가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중동, 러시아, 브라질 등 우호국과의 거래에서 위안화 사용을 늘려가며 자국 통화 위상을 빠르게 높여가는 것이다. 다만 중국의 통화정책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도가 낮다는 점 등으로 인해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브라질의 위안화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의 5.37%로 집계돼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브라질의 달러화 자산은 2018년 89.93%에서 지난해 말 80.24%로 떨어졌는데, 그 자리를 위안화 자산이 채운 것이다. 이전까지 브라질의 외화 자산은 달러화가 가장 많고 그 뒤로 유로화, 위안화였지만 이번에 위안화가 유로화를 제쳤다.

러시아에서도 위안화 지위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의 수출 대금 중 위안화 비율은 1%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16%에 육박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1일 중·러 정상회담 직후 “러시아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와 결제에서도 위안화 사용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중동 국가와의 거래에서도 위안화가 사용되고 있다. 중국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은행에 무역 대금 결제용으로 위안화 대출을 처음 시행했고,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는 중국 민간 정유업체인 룽셩석유화학의 지분 10%를 총 246억위안(약 4조7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위안화를 사용하기로 했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아랍에미리트(UAE)산 액화천연가스(LNG)를 프랑스 토탈에너지를 통해 수입하며 위안화로 거래했다. 석유, LNG 등 에너지는 달러 거래가 관행인데, 위안화가 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은 미국과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달러 패권 견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이 달러를 이용해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만큼, 달러 의존도를 줄여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을 동결하고 루블화 가치를 크게 떨어뜨린 것이 결정타였다. 미국이 달러 접근에 대한 제재를 통해 한 나라의 경제를 고립시킬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친강 중국 부장은 지난달 초 기자회견에서 “통화는 일방적 제재에 쓰이거나 괴롭히는 수단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며 미국의 달러 제재를 비판했다. 중국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 체계에 의문을 제기했고, 2009년 위안화 국제화를 국가 정책으로 추진해 왔다.

위안화는 현재 전 세계 결제의 2.19%, 외환 거래의 3.5%, 중앙은행 보유준비금의 2.69%,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의 12.28%를 각각 차지한다.SDR은 IMF 회원국이 출자 비율에 따라 보유하는 권리다. 외화 유동성이 부족할 때 이를 달러, 유로, 위안, 엔, 파운드 등 5개 통화로 교환할 수 있다. 중국은 지난 2016년 SDR 통화 바스켓에 편입되며 위안화 국제화 성과를 올렸고, 지난해 비중도 올랐다. SDR 통화 바스켓 내 비중이 클 수록 교역액과 경제권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자재 수출국인 만큼, 각종 무역 거래에서 위안화 사용을 지금보다 더욱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여전히 크다고 SCMP는 분석했다. 실제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위안화 상품 거래액은 약 7조9200억위안(약 1517조2344억원)으로 전년 대비 37.3% 증가했다. 모건스탠리는 위안화가 10년 내 달러·유로와 함께 세계 3대 결제 통화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위안화가 달러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본시장의 규모나 유동성을 고려할 때 달러는 물론 유로화도 위안화가 대체하기 어려렵다는 것이다. 달러를 대체하려면 기축통화국에 걸맞는 결제 시스템과 금융시장 개방성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 이 역시 국가가 환율에 개입하는 등 투명성이 떨어지는 현 상황에선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있다. 로이터 통신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안전하고 유동적인 대체통화를 찾거나 세계 대전과 같은 격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달러는 왕좌를 지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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