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을 ‘진보당’, 울산은 ‘진보진영’… “정치개혁 진정성 엿봐”
지난 5일 치러진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진보당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후보들과 국민의힘 후보를 모두 제치고 당선됐다. 보수 텃밭인 울산에서는 교육감, 기초의원 선거 모두 더불어민주당과 진보 진영이 국민의힘 후보를 제치고 승리했다. 정치권에서는 비록 일부 지역에서 치러진 재·보궐선거이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엿볼 수 있는 풍향계라는 점에서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김경민(68) 후보는 8%(3561표)를 얻는 데 그쳤다. 6명 후보 가운데 5번째이자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 당시 15%대를 기록해 선정한 득표율에서 반토막 난 초라한 성적표인 셈이다. 김 후보는 특히 경상도 출신으로 갑작스레 연고가 전혀 없는 이 지역에 출마한 안해욱 후보(10.14%)에도 뒤져 체면을 구기게 됐다. 안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과거 유흥주점에서 일했다는 이른바 ‘쥴리 의혹’을 제기한 인물로, 이번 선거에서는 한 지역 방송이 주관한 토론회에서 “윤석열 XXX야”라는 욕설을 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서 김기현 당 대표가 두 번이나 전주를 찾아 김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며 호남의 교두보를 마련하려고 했으나 무위에 그쳐 크게 낙담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를 내년 총선 ‘풍향계’로 보고 15% 이상 득표율을 기대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대일 ‘굴욕 외교’ 등 실정과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지도부의 잇딴 망언·실언 등이 참패의 원인이 됐다는 평가다. 유권자 이모(52)씨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경제난에 허덕이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굴욕적인 외교와 망언, 실언만 남발해 분통이 터질 지경”이라며 “결국 내년 총선에도 표로 심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국민의힘 전북도당 위원장인 정운천 국회의원(비례대표)이 출마하려고 했으나, 돌연 출마를 접으면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김 후보가 나선 것도 패인 중 하나로 분석한다.
국민의힘 전북도당은 이날 입장 발표문을 내고 “재선거 결과에 대해 집권 여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이번 선거를 통해 치열한 민생 현장에서 함께 고민하고 쇄신하는 것만이 민심을 얻을 방법임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반면 진보당은 강 후보가 사실상 정치 신인으로서 인지도는 극히 낮지만, 선거과정에서 전 당원이 나서 보여준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과 생활 정치를 구현하려는 강한 의지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공감대를 얻었다는 해석이 많다. 그는 지난 선거 과정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으로부터 공개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다.
강 당선인은 한국외국어대를 나와 2003년부터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비정규직 노조를 만들어 정규직화를 끌어낸 노동조합 지회장 출신이다. 최근까지는 전국택배노조 전북지부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진보당에서 대출금리인하운동본부장, 전북도당 민생특위 위원장 등을 맡으며 전북은행을 상대로 대출금리 인하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다만, 경북도의원 구미시 제4선거구와 포항시의원 북구 나선거구 등 경북 지역 2곳을 지켜 체면을 유지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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