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인사이드] '부산' 이전 시끌 산은…한전 대규모 적자에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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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문제로 산은 노사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본사 이전 문제도 시끄러운데,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문제까지 산은으로 옮겨 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산은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금융권 취재하는 이한승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한전 적자야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닌데, 산은에 어떤 영향을 주는 건가요?
[기자]
산은이 한전 지분 32.9%를 보유한 한전의 최대주주이기 때문인데요.
지분법 평가손실에 따라 지분율만큼 한전의 손실이 산은의 연결기준 손실로도 반영됩니다.
한전의 지난해 순손실은 24조 4천억 원이 넘었습니다.
산은이 한전 지분의 3분의 1 가량을 갖고 있으니까, 8조 원 정도가 산은의 손실로 잡히는 셈입니다.
[앵커]
그럼 산은 건전성에 악영향을 주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재무건전성이 나빠진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재무건전성 지표인 자기 자본비율만 봐도 2020년 말 16%에 육박했던 산은은 지난해 말 13.4%까지 하락했습니다.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3%에 턱걸이 수준입니다.
강석훈 산은 회장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전의 손실이 산은의 자기 자본비율을 낮추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건전성 악화로 산은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까 봐 우려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성한경 /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 산업은행이 하고 있던 기업금융이나 정책금융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산은의 기능이 과거에 비하면 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럼 건전성을 높여야겠네요?
[기자]
네, 맞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선택한 방법인 현물출자인데요.
쉽게 말하면 정부가 가진 주식을 산은에 넘겨 자본을 수혈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말 5650억 원 규모에 이어 최근 4350억 원 규모의 LH 주식을 산은에 제공하기로 하는 등 석 달 새 1조 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결정했습니다.
이번 현물출자로 산은의 BIS 비율이 0.1% 포인트 가량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산은은 정부 배당 문제도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 와중에 산은이 대주주인 정부에 배당에 나서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러운 부분입니다.
LH 주식은 현금화가 사실상 불가능해 실제로 배당에 필요한 현금 '실탄' 확보에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국책은행인 산은은 매년 정부에 1천억 원 넘는 배당을 해왔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8300억 원이 넘는 거액의 배당을 했습니다.
5천억 원에 못 미치는 당기순이익을 올렸던 예년과 달리, 2021년에는 순이익이 2조 5천억 원에 육박했기 때문입니다.
[앵커]
국책은행이 이자장사를 할리도 없고, 왜 이렇게 실적이 좋았던 거죠?
[기자]
재작년 6월 HMM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대규모 평가이익이 생기는 바람에 약 1조 8천억 원의 수익이 추가됐습니다.
2천억 원 수준일 것이라는 당초 산은의 예상과 달리, 평소의 4배가 넘는 8300억여 원이라는 거액의 배당금을 정부가 가져가게 된 겁니다.
그런데 산은의 재무상황이 나빠지자 정부가 현물출자를 통해 뒤늦게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도 예년 수준으로 배당을 한다면 약 1700억 원 정도가 될 텐데, 이를 위해 산금채 발행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상황에서 전기요금 결정이 보류됐다는 점은 한전에도, 산은에도 악재겠네요?
[기자]
네, 맞습니다.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공식화한 지난해 말 2만 2천 원도 넘었던 한전 주가는 전기요금 인상이 잠정 보류되자, 1만 7천 원선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투자자들은 한전의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인데요.
정작 산은은 한전 지분의 손상차손을 반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손상차손이라는 건 보유 자산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생기면 그 가치 하락분을 재무제표상에서는 손실로 반영하는 것입니다.
한전이 계속된 적자로 지분 가치가 하락했지만, 산은은 손상차손을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회계법인에 용역을 의뢰한 결과, 한전의 미래 가치가 장부가보다 높아서 손상차손을 반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산은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한전의 미래 가치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점이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석병훈 /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 손상차손을 반영하지 않고 그것을 근거로 이익을 부풀려서 정부에 배당금을 지급하고 나면 나중에 실제로 손실이 회복되지 않았을 때 이미 배당한 배당금을 회수할 수가 없기 때문에 산업은행에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한전의 수익성을 높일 전기요금의 인상시기와 폭이 중요한데, 현재의 물가 상황과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 큰 폭의 인상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결국 정부에 배당을 하기 위한 회계처리였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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