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막전막후] 또 지역갈등에 휘청이는 포스코…주인 없는 회사의 비애

김정연 기자 2023. 4. 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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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포스코가 잇따른 외풍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경북 포항시의 반발로 서울에 거점을 둔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의 주소지를 포항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죠. 

그런데 이번에는 전남 광양시가 포스코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자 이차전지 소재 회사인 전 포스코케미칼, 현 포스코퓨처엠의 본사를 광양으로 옮겨야 한다며 반발에 나섰습니다. 

포스코그룹은 회장의 거취 문제로도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요. 

김정연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광양시는 왜 포스코퓨처엠을 광양으로 옮기라고 주장하는 겁니까? 

[기자] 

현재 포스코퓨처엠의 본사는 경북 포항에 있는데요. 

포스코퓨처엠의 전신이 포스코와 협업하는 철강업 관련 회사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포스코홀딩스가 주소지를 포항으로 이전하면서 포스코그룹의 3개 핵심 회사인 지주 회사 포스코홀딩스와 철강 회사 포스코, 배터리 소재 회사 포스코퓨처엠의 본사가 모두 포항에 자리 잡게 됐습니다. 

그러자 광양시는 "포스코가 포항시의 요구만 들어주고 자신들의 요구는 들어주지 않고 있다"며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포스코퓨처엠이라도 광양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포스코퓨처엠은 이제 배터리 소재 중심의 회사로 역할이 바뀌었고, 현재 가동되는 포스코퓨처엠의 양극재 공장들이 모두 광양에 있다는 점이 광양시 측이 드는 근거입니다. 

[광양시청 관계자 : 양극재가 배터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0%나 돼요. (양극재) 공장이 다 이쪽 광양에 위치하고 있는데 포항에 본사가 있다는 것은 옛날 말이고 이제는 좀 옮겨야 하지 않겠냐… 포스코그룹 전체의 주력 산업이 이차전지 소재 부문으로 바뀌고 있단 말이에요.] 

포스코퓨처엠의 광양 이전 논란은 꽤 오래전부터 불거졌습니다. 

포스코와 광양시는 지난해 3월부터 관련 협의체를 구성해 포스코퓨처엠 본사 광양 이전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해 왔습니다. 

[앵커] 

하지만 옮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죠? 

[기자] 

포스코퓨처엠은 이미 본사가 있는 포항에 대규모 금액을 투입해 양극재 공장을 새로 짓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부터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에 약 3천억 원을 투입해 지어지는 연산 3만 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이 올해 완공될 예정이고요. 

이외에도 4천억 원을 투입해 2년 뒤 준공을 목표로 매년 3만 톤을 생산하는 다른 양극재 공장도 짓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포스코 측은 내부적으로 광양 이전을 고민은 하고 있지만, 쉽게 결정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앵커] 

다른 이유는 없습니까? 

[기자] 

포항시의 반발로 포스코그룹은 포스코홀딩스의 주소지를 포항으로 옮기긴 했지만, 인력은 서울에 그대로 뒀는데요. 

경영 전략을 짜고 금융·법무 등을 담당하는 지주사의 특성상 협력사가 대부분 서울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아직 포항시와의 갈등이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포스코퓨처엠 본사를 포항에서 광양으로 옮기면 포항시의 포스코홀딩스 인력 이전에 대한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도 고려하고 있을 것이란 업계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포스코가 또 지역 갈등을 빚고 있는 건데, 이렇게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이유는 아무래도 주인이 없는 회사이기 때문이겠죠? 

[기자] 

공기업이었다가 지난 2000년 민영화된 포스코그룹은 현재 다른 재벌그룹과 달리 특정 대주주가 없는 소유분산기업입니다. 

또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등 지방에 대규모 제철소를 두고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회사입니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과 지자체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데요. 

최정우 회장 이전 포스코 CEO 8명은 모두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교체됐습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임명됐던 최정우 회장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입니다. 

다만 지난달 정기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은 최 회장 체제가 추진한 포스코홀딩스의 포항 이전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며 힘을 실어 줬는데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지역균형발전과 결이 같은 안건이었기 때문이라는 업계 시각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번 포스코퓨처엠의 광양 이전 문제를 경영상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정치권과 지자체의 눈치만을 고려해 결정한다면 주주들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앵커] 

포스코그룹 세무조사는 현재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포스코홀딩스의 정기 주주총회 전날인 지난달 16일 시작돼 현재까지 진행 중입니다. 

대기업 정기 세무조사는 대략 4~5년을 주기로 진행되는데요. 

이번 세무조사는 4년 6개월 만에 진행되는 것으로, 기존 주기와 비슷합니다. 

다만 국세청 관계자에 따르면 정기 세무조사의 정확한 조사 날짜는 국세청과 관할 지방청이 임의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세무조사 일정에 정치권 영향이 아예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최근 정부의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비판을 의식한 듯 지배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지난달 지주사 내에 전략을 짜기 위한 관련 태스크포스를 만들었고요. 포스코케미칼을 포스코퓨처엠으로, 포스코건설을 포스코이앤씨로 바꾸는 등 계열사들의 사명도 잇따라 변경하며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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