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김재원은 당대표가 징계성 조치했어야.. 국민의힘은 '품질 저하' 상태"
"5·18 폄하, 4·3 폄하 정당 돼버려"
"수준 높이지 않으면 '이류 정당' 될 것"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잇따라 실언한 김재원 최고위원을 당대표가 징계했어야 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밥 한 공기 다 먹기’ 등 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의 '실언 릴레이'는 '고루하고 구태스러운 당내 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역사 폄하 정당 된 국민의힘... 당대표가 악역 맡아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국민의힘은 5·18 폄하 정당, 4·3 폄하 정당이 돼버리고, 아주 황당하고 수준 낮은 정당으로 비치고 있다”며 “당대표가 악역을 자처하지 않으면 우리 당은 가망이 없다”고 말했다.
‘5·18 폄하’는 김재원 최고위원이 지난달 12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최한 예배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 헌법 수록’ 공약에 대해 “나도 반대한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4·3 폄하’는 태영호 최고위원의 “4·3사건은 명백히 김씨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2월 13일 제주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 발언, 김재원 최고위원의 “4·3 기념일은 이(3·1절, 광복절)보다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4월 4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 발언을 뜻한다. 계속되는 역사 폄하 발언으로 여론의 비판이 거세게 일었고, 당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견해가 많다.
하 의원은 이와 관련, 김기현 당대표의 역할을 촉구했다. 그는 “예를 들어 김재원 최고위원 발언이 나왔을 때 본인 스스로 자중(한 달간 공개활동 중단)하는 게 됐고, 국민들은 ‘저 당은 똑같네’(하게 된다)”며 “당 윤리위까지는 안 가더라도 대표가 ‘한 달간 나오지 마라’(했어야 된다)”고 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5·18 폄하 발언 외에도 ‘전광훈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했다’(3월 25일)는 발언, 4·3 폄하 발언까지 세 번이나 실언을 했고, 비판이 거세지자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분간 공개활동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4월 한 달 동안 당 최고위원회의, 언론 인터뷰 등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 차원 징계가 아닌 ‘셀프 자숙’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품질 저하' 계속되면... 제3 정당 나올지도"
이어 5일 조수진 최고위원의 ‘밥 한 공기 다 먹기’ 발언까지 나오며 국민의힘은 ‘설화의 늪’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조 최고위원은 야당이 추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관련해 K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남아도는 쌀 문제가 가슴 아픈 현실인데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우리(국민의힘 민생특별위원회)가 논의했다. 여성분들 같은 경우는 다이어트를 위해서도 밥을 잘 먹지 않는 분들이 많은데, 다른 식품과 비교해서는 (밥이) 오히려 칼로리가 낮지 않나"라며 황당한 농민 보호 해법을 내놨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설화의 늪’에 빠지는 원인으로 하 의원은 고루하고 구태스러운 당내 문화와 인식을 꼽았다. 그는 “('밥 한 공기 다 먹기'가) 아이디어로 나왔고 또 본인(조수진 최고의원)이 동의했기 때문에 말을 했을 텐데 그만큼 문화가 고루하고 구태스럽고, 또 정책 대안은 세련되지 못하고 수준이 낮고 그래서 당 전체가 조금 로 퀄리티(Low Quality), 즉 품질 저하된 상태에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지도부도 오래 못 간다. 단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국민의힘이 스스로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제3의 정당'이 나올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그는 “당대표가 정신 바짝 차리고 악역을 자처하고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경고 조치를 하고 말뿐이 아니라 실질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며 “정책 대안도 좀 수준 높은,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이런 대안들이 나오지 않고 이러면 우리 당 '이류 정당'이 되는 거다. 그럼 제3의 정당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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