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인사이드] 셀리버리 '상폐위기' 5만 개미 '나락'…DB금투 소부장 IPO 명가 '흠집'

조슬기 기자 2023. 4. 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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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5만여 명에 달하는 개인 투자자들을 나락으로 빠트린 바이오 회사가 있습니다. 

성장성 특례 1호 기업 타이틀을 달고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셀리버리'인데요. 

최근 자본잠식 상황에서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까지 받으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저마다 울분을 토하며 원망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이 회사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로도 불똥이 튀고 있다고 합니다. 

조슬기 기자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조 기자, 먼저 셀리버리가 정확히 어떤 회사죠? 

[기자] 

지난 2014년에 설립된 신약개발 바이오 기업입니다. 

약물을 세포 안에 전달하는 기술로 기관투자자들은 물론 개인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는데요. 

파킨슨병 치료제, 췌장암 등 바이오 신약 개발을 추진하는 회사로 업계에 잘 알려진 회사입니다.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이 몰리며 재작년 초 주가가 10만 원까지 간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당 기술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실적도 좋지 않아서 현재 자본잠식 상태입니다. 

주가도 보시다시피 90% 넘게 폭락한 6천 원대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감사보고서 제출 기간이었던 지난달 말 회사의 존속이 위태롭다는 외부감사인 의견이 나왔는데요. 

한 마디로 적자가 계속되고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감사의견 거절 통보를 받고 상폐 위기에 처한 겁니다. 

[앵커] 

주주들 충격이 클 것 같습니다. 

주총장 분위기도 꽤 험악했다면서요? 

[기자] 

주총장 분위기가 어땠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을 준비했습니다.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가 지난달 31일 정기 주총장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모습인데요. 

조 대표는 이날 주주들 앞에서 "회사 정상화에 목숨을 걸겠다"고 밝히며 경영 정상화를 약속했습니다. 

20억 원의 사재 출연과 자산 매각을 통해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나겠다고 밝혔는데요. 

그렇지만 회사의 존속이 위태롭다는 외부 감사인 의견이 나와서인지 성난 주주들을 대표 혼자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앵커] 

상폐 위기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없나요? 

[기자]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대규모 적자가 지속 돼왔고요. 

고금리 국면에 자금 조달도 어려워져 회사 내 유동성도 말라버린 지 오래입니다. 

확실한 '캐시카우'가 부재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했던 화장품 사업은 셀리버리의 상황을 더 악화시켰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10월 350억대 전환사채 상환 만기마저 도래해 빌린 돈도 갚아야 합니다. 

어찌 보면 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의 태생적 한계가 셀리버리를 통해 드러난 셈인데요. 

회사 측은 한국거래소에 이의신청을 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위기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회사를 상장시킨 증권사로 불똥이 튀고 있죠? 

[기자] 

DB그룹 계열 증권사인 DB금융투자인데요. 2018년 11월, 증권업계 최초로 '성장성 특례' 상장 제도를 활용해 셀리버리의 상장을 도왔는데요. 

수익성은 낮지만 성장성이 큰 기업들이 상장할 수 있도록 심사 기준을 낮춘 기술특례 상장 중 하나라고 보면 됩니다. 

증권사 추천이 필요하다는 게 성장성 특례 상장 제도의 특징인데요. 

그러니까 주관사 DB금투가 셀리버리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거래소에 추천서를 넣었고 상장 심사를 거쳐 증시에 입성한 겁니다. 

쉽게 말해 증권사가 보증을 선 셈입니다. 

특히, 지분 투자까지 하면서 상장을 추진하자 성장성이 뒷받침된 회사라는 평이 많았는데요. 

이랬던 회사가 자본잠식에 상폐 위기에 처하자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까지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상황에 이른 겁니다. 

[앵커] 

DB금투의 명성에도 단단히 먹칠을 하게 됐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셀리버리를 증시에 입성시키면서 국내 기업공개, IPO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2017년 성장성 특례가 도입됐고 이듬해 DB금투가 셀리버리에 이를 적용했고요. 

이후 라파스, 제노코 같은 회사를 같은 방식으로 증시에 안착시켰습니다. 

그러면서 소재·부품·장비, 이른바 소부장 기업 IPO 주관사로 업계에서 명성을 쌓았는데요. 

중소형 IPO 딜 명가 타이틀을 얻는데 초석을 다진 셀리버리가 상폐 위기에 처하면서 그간 쌓아 온 명성에 흠집이 났습니다. 

[앵커] 

제도적 허점도 드러낸 것 같은데요? 

[기자] 

증권사의 보증만을 토대로 상장이 가능하도록 문턱을 낮춘 게 결과적으로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만큼 성장성 특례 상장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갖고 있는 기술력이 수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재무적 측면에서도 상장 심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러한 문제가 고쳐지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셀리버리 같은 회사들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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