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날씨 영하로 뚝…사람도 꽃도 `어리둥절`
4월에 '영하의 추위'가 찾아온다. 초여름이 왔나 싶은 날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겨울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꽃도 사람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날씨다.
기상청은 금요일인 7일부터 일요일인 9일까지 내륙을 중심으로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며 '꽃샘추위'가 나타날 것으로 예보했다. 최근 단비를 뿌려준 저기압은 동쪽으로 빠져나가고 북쪽에서 차가운 대륙고기압이 우리나라로 접근하면서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도 강하게 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토요일인 8일에는 전국적으로 오전 체감온도가 영하로 내려가겠다.
꽃샘추위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2019년 4월 1~2일에는 전국 평균 최저기온이 영하로 내려간 적도 있다.
다만 최근 기록적으로 따뜻한 날이 이어지다가 급격히 추워져서 문제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전국 평균 최고기온이 20도를 넘었다. 5일 비가 내리면서 '더위'가 한풀 누그러졌는데 그래도 낮 최고기온이 13~18도로 평년기온(14~19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은 전국 평균기온이 9.4도로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돼 각종 기상기록 기준이 되는 1973년 이후 51년 사이 가장 더운 3월이었다.
지난달 평균기온은 3월 평균기온 2위(2021년 3월 8.7도)와 기온 차가 0.7도나 됐다. 평년(1991~2020년) 3월보다는 평균기온이 3.3도나 높았다.
지난달 7~11일에는 중국 내륙 따뜻한 공기가 우리나라까지 불어오면서 기온이 4월 하순 수준까지 올라갔다. 날씨가 계절을 한 달이나 앞선 것이다. 3월 하순에는 따뜻한 남풍이 유입되면서 곳곳에서 3월 기온으론 역대 가장 높은 수준까지 기온이 올라갔다.
지난달에 더웠던 것은 우리나라뿐이 아니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인도양과 서태평양에서 평년보다 대류활동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그 북쪽 중앙아시아부터 동아시아까지 하강기류가 형성돼 폭넓게 고기압성 순환이 만들어졌고, 이에 유라시아 전역 기온이 매우 높았다.
따뜻한 3월은 기록적으로 이른 개화를 불렀다.
올해 서울에서는 벚꽃이 평년보다 2주 이른 3월 25일에 공식 개화했다. 서울에서 벚나무 개화를 관측하기 시작한 1922년 이후 두 번째로 일찍 핀 것이었다.
서울 벚나무뿐 아니라 전국 봄꽃이 이르게는 평년보다 20일 일찍 꽃망울을 터뜨렸다. 원래 봄꽃은 '개나리→진달래→벚꽃' 순으로 핀다. 예로부터 이를 '춘서'라고 따로 부르기까지 했는데 올핸 이런 상식이 무너졌다. 개나리와 벚나무가 이례적으로 따뜻한 날씨에 동시에 개화했기 때문이다.
꽃이 좀 이르게 핀 것이 대수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 과수농가는 비상에 걸렸다. 꿀벌 등 곤충이 왕성하기 활동하기 전에 꽃이 만개하면서 농가에서는 드론 등을 동원해 인공수분을 준비하는 상황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올해 배꽃이 만개(나무에 꽃이 70% 피는 시기)하는 때는 남부지방에서 이달 4~9일이고 중부지방에서 15~23일일 것으로 예상된다. 사과꽃은 이달 말부터 내달 초 사이 만개할 것으로 보인다. 평년보다 2~9일 이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 꽃샘추위까지 예상돼 우려가 크다. 냉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꽃과 어린 과실이 저온에 놓이면 수확량이 줄고 과실 상품성도 떨어진다.
지난달 이상고온과 뒤이은 꽃샘추위가 기후변화에 한 갈래인지 지금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급격한 기온 변화 등 극단적인 날씨 현상이 근래 들어 눈에 띄게 자주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겨울이 대표적이다. 작년 11월은 평균기온이 역대 4번째로 높을 만큼 따뜻했는데 12월 초 바로 맹추위가 닥쳤다. 이에 지난해 11월과 12월 평균기온 차가 11도로 역대 최대였다.
올해 1월 중순에는 이동성고기압 영향에 기온이 일시적으로 크게 올랐다. 1월 13일 전국 평균기온은 9.6도에 달해 마치 가을 같았다. 그러다가 1월 하순 다시 강추위가 찾아오며 25일에는 전국 평균기온이 영하 10.2도까지 떨어졌다. 이에 1월 내 일평균기온 차가 19.8도로 1973년 이후 가장 컸다. 김대성기자 kdsu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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