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복순' 변성현 감독 "전도연이 영감의 원천…완벽한 배우"
지역 비하 논란에 "그럴 의도 없었지만 자책감 커"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전도연 선배님은 전천후 완벽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그런 배우한테 가장 제안이 안 갈 것 같은 장르가 뭘까 생각해보니 액션이더라고요. 그래서 선배님한테 '액션 해보실래요' 했죠."
6일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변성현 감독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의 구상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배우 전도연을 놓고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굉장히 옛날부터 전도연 선배님 팬이었어요. 저한테는 용이나 해태처럼 존재한다고 하지만 볼 수 없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처음 뵀을 때는 진짜 술잔을 떨 정도였다니까요."
지난달 31일 공개된 '길복순'은 킬러 업계의 전설 길복순(전도연 분)의 이야기다. 복순은 하나뿐인 딸을 위해 은퇴를 결심하지만,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며 업계를 떠나겠다는 계획과 멀어지게 된다.
변 감독은 "현실에 없는 공간에서 굉장히 현실적인 얘기를 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현실과 괴리감이 있는 설정이다 보니 이야기는 되게 현실적이어야겠다 싶었어요. 스토리도 선배님의 모습에서 나왔어요. 톱스타와 엄마, 그 아이러니에서 영감을 받았죠."
'길복순'은 전도연에게도 변 감독에게도 첫 정통 액션 작품이다.
변 감독은 "선배님이 처음에는 '나 액션 자신 없는데'라고 하셨지만 어떻게든 해내시는 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제가 만난 사람 중에 승리욕이 제일 강한 사람이에요. 본인을 엄청나게 몰아붙이면서 일하는 타입이셔서 저도 옆에서 보고 많이 배웠어요."
다만 자신은 당분간 액션 영화를 연출하고 싶지 않다는 소신을 밝혔다.
"액션영화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도 아니라서요. 사람 마음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앞으로 이렇게 본격적인 액션이 들어가는 영화는 안 할 것 같아요. 시나리오는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연출은 모르겠어요. 현장에서 배우가 괴로운 걸 보고 있는 행위는 그냥 안 하고 싶어요."
일부 장면으로 인해 불거진 지역 비하 논란에 대해서는 "선배님이 어마어마한 도전을 하셨는데 의도와 다르게 폐를 끼친 것 같아 너무 죄송하다"는 심경을 전했다.
논란이 된 부분은 킬러들에게 임무가 부여되는 장면이다. 임무가 담긴 봉투에는 도시명과 국가명이 등장하는데, 순천의 경우 '순천-전라'로 적혀 있어 일각에서는 전라도에 거주하는 이들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변 감독은 "그럴 의도 자체가 하나도 없었기에 너무 당황했었다"면서 "세계관 속에서 급이 낮은 킬러들은 국내 임무만 주어지기 때문에 나온 것인데, 세세한 부분까지 제가 컨펌하지는 않았다. 다만 제가 아니었다면 이런 논란도 없었을 거란 생각에 자책감이 컸다"고 했다.
스타일리시한 미장센으로도 잘 알려진 변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미적 감각을 맘껏 뽐냈다.
빨간색과 초록색을 대비시키며 강렬함을 주고, 복순이 식물을 키우는 온실과 민규(설경구)의 사무실 등 공간도 화려하게 그려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복순과 야쿠자의 대결도 기차가 지나가는 틈새에서 찍은 듯한 앵글로 담아내 신선함을 준다.
변 감독은 한아름 미술감독과의 협업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며 공을 돌렸다.
"한아름 미술감독님은 제가 시나리오를 제일 먼저 보여주는 사람이에요. 감독님께서 디자인을 보여주시면 저는 그걸 보고 또 시나리오를 바꾸면서 맞춰나가는 거죠."
그는 "요즘 들어 영화는 배우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저는 그냥 좀 예쁘게 찍으려고 노력하는 편인 거고요. 배우의 감정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감독은 배우에게 디렉션만 주는 거지, 결국 하는 건 배우잖아요. 저희 스태프는 빛과 앵글로 배우를 더 잘 보이게 하는 일을 하는 거죠."
'길복순'의 또 다른 주연은 설경구다. 변 감독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6), '킹메이커'(2021)에 이어 '길복순'까지 연달아 세 작품에 설경구를 캐스팅했다.
그는 "우리나라 배우 중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는 전도연 선배님이고 그다음이 설경구 선배님"이라면서 "경구 선배님의 연기를 좋아한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얼마 전에 '설경구와 변성현의 조합은 그만 봤으면 좋겠다'는 글을 봤어요. 원래 그럴 생각이 좀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청개구리 심보가 좀 있어서 그러면 더 같이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만 '오아시스'(2002) 속 캐릭터처럼 멋있는 것과는 반대되는 그런 캐릭터를 같이 해보고 싶어요."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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