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몇 초 전 일어난 일도 왜곡해 기억한다"

박정연 기자 2023. 4. 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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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불과 몇 초 전에 발생한 일에 대해서도 기억을 왜곡해 저장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를 이끈 오텐 교수는 "사람은 자신이 잘 안다고 생각하거나 기대하는 바가 있을 때 불과 3초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주관을 반영해 기억할 수 있다"며 "아주 조금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한 우리의 기억조차 완전히 신뢰할 수 없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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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람은 불과 몇 초 전에 발생한 일에 대해서도 기억을 왜곡해 저장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에 갖고 있던 지식이나 자신이 기대하는 바에 따라 상황을 재구성해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계는 이를 '단기 기억 착시 현상'이란 용어로 설명한다.

마르테 오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단기 기억 착시 현상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일어나는지 실험을 통해 확인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에 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를 이끈 오텐 교수는 "사람은 자신이 잘 안다고 생각하거나 기대하는 바가 있을 때 불과 3초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주관을 반영해 기억할 수 있다"며 "아주 조금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한 우리의 기억조차 완전히 신뢰할 수 없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네덜란드의 성인 40명을 대상으로 일종의 기억력 테스트를 실시했다.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22.2세였으며 남성 12명과 여성 28명이 실험에 참여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이 화면에 동시에 떠오른 6~8개의 알파벳 그림을 약 1초 간 응시하게 한 뒤 다시 수 초 후 화면에 떠있지 않았던 알파벳 그림을 선택하도록 했다. 

실험에는 함정이 있었다. 알파벳 중 2개는 거꾸로 뒤집어 화면에 출력했다. 또 화면에 떠있지 않았던 알파벳을 선택하라고 하기 전에 '무시해도 되는 정보'라고 설명하며 모든 알파벳이 똑바로 그려진 그림을 보여줬다. 

분석 결과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한 실수는 거꾸로 뒤집힌 알파벳 그림을 똑바로 그려진 알파벳 그림으로 착각해 기억한 것이었다. 뒤집힌 모양의 'Ә' 알파벳 그림을 보여줬지만 실제로는 'e'란 알파벳 그림이 화면에 출력됐다고 답한 식이다. 세 차례에 걸친 비슷한 방식의 추가 실험에서 348건의 답변을 분석한 결과 이같은 단기 착시 현상이 공통적으로 관찰됐다고 말했다.

단기 착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가진 알파벳 모양에 대한 지식과 이 지식이 정답일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내적 편견이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실생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평소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사람과 대화를 했을 때 실제로는 평범한 어조로 이야기했지만 이후 '공격적이고 사나운 방식으로 대화에 응했다'라고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많은 실험과 연구는 사람이 자신의 지식이나 기대하는 바 혹은 편견에 의해 기억을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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