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만 회담에… 대만 동부해안에 자리잡은 中 항모 전단 [특파원+]

외교·국방 등 5개 조직 반박 성명 “불에 타 죽을 것”
대만 주변에서 산둥함 항모 전단 항행 훈련… 무력 시위 예고
중국, 양안간 직항 화물선에 대한 검사 실시… 대만 “엄숙 항의”

중국은 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회동한 데 대해 이례적으로 외교부와 국방부 등 5개 조직발로 담화 또는 성명을 동시 발표하며 강력한 대응 조치를 예고했다.

중국 외교부는 6일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개 공동성명 규정을 엄중하게 위반하고 중국 측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엄중하게 해쳤으며, 대만 독립·분열 세력에 엄중하게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며 “중국은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하며, 강렬하게 규탄하고 앞으로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 국가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수호할 것”이라며 경고했다. 대만에 대해서는 “차이잉원은 취임 이래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구현한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승인하길 거부하고, 점진적 대만 독립을 추진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를 심각한 어려움에 빠뜨렸다”며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며 중·미 관계 첫 ‘레드라인’으로 대만 독립은 양안의 평화·안정과 물과 불처럼 양립할 수 없으며, 막다른 길”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국방부도 대변인 담화를 통해 “중국 인민해방군은 직책과 사명을 준수할 것”이라며 “시시각각 고도의 경계를 유지하고 국가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결연히 수호하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미국 측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단호하고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라며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제어하려 도모하는 자는 반드시 자기가 지른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 대만판공실은 “민진당 당국이 대만과 미국의 결탁을 추동하고, 미국에 의지해 독립을 도모하는 또 하나의 도발 행위”라고 규정했고, 중국의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외사위원회도 같은 날 발표한 성명에서 “역사적 사실과 정의를 짓밟고 국제 법치를 파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처럼 초강력 대응에 나설지 관심을 모은다. 중국은 당시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설정한 구역에서 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고강도 훈련을 실시했다. 현재까지 수시로 대만해협 중간선 너머로 군용기와 군함을 파견하고 있다.

차이 대만 총통은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매카시 하원의장과 공식 회동했다. AFP연합뉴스

중국은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의 회동을 앞두고 대만 주변에서 항공모함을 동원한 무력 시위를 벌였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군 항모 산둥함 전단이 대만과 필리핀 사이의 바스 해협을 통과한 뒤 대만 동남부 해역을 거쳐 서태평양에서 항행 훈련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항모 전단은 대만 동부 해안에서 약 200해리(370㎞) 떨어진 지점에 자리 잡고 있어 대만 인근 무력시위 가능성도 있다.

대만 국방부는 “해군과 공군 병력과 지상 레이더 시스템을 동원해 동향을 파악하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과 마주한 중국 푸젠성 해사국은 5일부터 사흘간 대만 해협 북부와 중부에서 합동순항·순찰 작전을 시작했다. 이 작전은 양안 직항 화물선과 건설 작업선에 대한 현장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대만은 “본토 측이 고의적으로 양안 긴장을 고조시키고 해협 양측의 정상적인 교통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다”며 “본토에 강한 불만과 엄숙한 항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