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인 ‘윗선’ 부부, 2년 전 대화서 피해자 두고 “저X 내가 직일 기다”…경찰은 공범 수사 총력

원한 관계 부정한 배후 용의자들
2년 전 코인 투자자 녹음 파일서
피해자에 적대감 표현 내용 확인

서울 강남구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 및 살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이모씨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서울 강남구 납치·살인 사건의 배후 혐의를 받는 유모씨 부부가 피해자 A씨(48)를 두고 과거 “도를 넘었다” “직일(죽일)거다”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씨 부부 측은 그간 피해자와 ‘원한 관계’를 부정해 왔으나 2년 전부터 깊었던 이들 사이 감정의 골이 확인된 것이다. 지난 5일 유씨는 강도살인교사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으며 그의 아내 황모씨도 출국금지 조치된 상태다.

6일 경향신문이 확보한 ‘퓨리에버’ 코인 투자자 사이 녹음 파일에는 2년 전 유씨 아내 황씨가 A씨에 대한 적대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대화가 담겼다. 퓨리에버는 2020년 10월 A씨와 유씨 부부가 함께 투자했다가 갈등을 빚어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가상통화다. 2021년 2월25일 한 투자자와의 대화에서 황씨는 “저 x은 내가 직일 테니까. 직이는 건 언제든지 직일 수 있다니카네.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벌써 불질러뿟어요. 직이는 거 원래 내 전문이다”라고 말했다.

체포된 유씨도 황씨를 거들며 A씨를 비난하는 말을 쏟아냈다. 유씨는 “(A씨가) 도를 완전 넘었어. 켕기는 게 있으니까 전화해서 ‘니 와 그라노’ 뭐라칼라니까 전화를 안 받아요. 뒤에서 뒤통수 까는 거 이래 저래 녹음하고, 사람들 모아서 막 이 xx를 하는기야”라고 했다.

해당 대화 이후인 2021년 3월, 유씨 부부는 코인 투자의 손실을 따지기 위해 본인들이 머물던 호텔로 찾아온 A씨를 감금·강요·공동공갈 혐의로 고소했다. 이번 강남 납치·살인 사건의 주범인 이경우씨(36)와 A씨는 이들 부부를 찾아가 1억9000만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갈취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지난 5일 경기 용인시 죽전의 한 백화점에서 유씨를 체포했다. 그는 이씨에게 범행을 저지르라고 의뢰한 혐의(강도살인교사)를 받는다. 경찰은 이씨가 유씨 부부에게 범행 전 4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아내 황씨도 임의동행해 조사했다.

경찰은 유씨 부부가 이씨에게 A씨를 납치·살해하라고 지시한 구체적 증거를 찾고 있다. 경찰은 이씨가 일했던 곳이자 유씨 변호사의 사무실인 서초동 법률사무소를 이날 압수수색했다. 해당 변호사는 당초 이씨의 변호를 맡았으나 ‘배후’로 지목된 유씨 변호를 위해 사임했다.

경찰은 오는 10일 이씨와 황대한씨(36)·연지호씨(30) 등 피의자 3명을 먼저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미리 전담수사팀을 꾸려 사건의 전모를 규명하라고 서울중앙지검에 지시했다. 전담수사팀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김수민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검사 4명 규모로 꾸려진다. 형사3부는 유씨 부부와 이씨, A씨가 연루된 가상통화 갈취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