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캡틴 “우리는 못할 수가 없다”라고 말한 이유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프로야구 미디어데이에서 삼성은 ‘가을야구에서 만날 것 같은 팀’으로 단 한 차례 언급됐다.
이강철 KT 감독이 한화와 삼성을 꼽았는데 “시범경기에서 1, 2위를 기록한 팀”이라는 단순한 이유였다. 삼성은 시범경기에서 10승4패 승률 0.714로 10개 구단 중 2위를 기록했다.
삼성을 향한 전반적인 야구계의 전망은 후한 편은 아니었다. 타 팀들은 스토브리그 동안 거액의 돈이 오가면서 전력 보강을 꾀한 가운데 삼성은 오히려 김상수가 KT로 이적하는 등 누수가 생겼다. 포수 자원이 풍부한 삼성은 트레이드를 통해 보강을 꾀했으나 한 건도 성사되지 못한 채 시즌 개막을 맞이했다.
하지만 삼성은 5일 현재 개막 후 3경기에서 2승1패로 선전 중이다.
외부의 평가는 박하지만 선수단에서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겨우내 흘린 땀방울이 있기 때문이다.
올시즌 정식으로 주장을 맡은 오재일은 개막을 앞두고 “기대가 많이 된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며 선수단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 이유로 “그렇게 운동을 많이 했는데”라며 웃었다.
말 그대로 삼성은 이번 겨울 ‘지옥 훈련’을 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마무리 훈련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을 했다. 훈련의 강도가 엄청났다는 후문이다. 구단 유튜브 채널에는 유니폼에 흙먼지가 잔뜩 묻히고 쓰러져있는 선수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스프링캠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연차에 상관없이 모든 선수들이 어마어마한 양의 훈련을 소화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훈련량이 많았음에도 흐트러진 모습 없이 집중력을 가지고 끝까지 마쳐줘 감독으로서 고맙다. 많은 땀을 흘린 만큼 올 시즌 기대가 된다”고 총평할 정도였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하느라 스프링캠프를 소화하지 못한 원태인도 자극이 될 정도다. 그는 “나만 대표팀 가면서 운동을 안 했는데 내가 못 하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시즌 중에 더 열심히 몸 관리해서 팀에 해를 안 끼치고 싶다. 지금 다들 정말 페이스가 좋다. 훈련도 저보다 훨씬 많이 했다. 그래서 나는 득이 되지 않더라도 폐를 안 끼치려고 계속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을 품고 운동을 한 만큼 삼성은 끈질기게 경기를 하고 있다. 개막전에서는 NC에 0-8로 영봉패를 당했지만 2일에는 경기 후반 득점으로 8-6 역전승을 거뒀고 4일 한화전에서는 7-6 한 점 차의 승리를 지켰다. 승리한 2경기에서 끈끈함이 보였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겨우내 흘린 땀방울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중이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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