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빌런 허성태, 사실은 여린 남자… “‘미끼’ 반전있는 결말 만족”
‘카지노’이어 ‘미끼’에서도 악인 역할 맡아
강렬한 연기… 이번 작품엔 인물 서사 담아
“항상 긴장, 넉살 좋은 편 아냐… 약간 찐따”
패는 역할보다 오히려 맞는 역할 마음 편해
“정의로운 캐릭터 도전하는 맘으로 하고 싶다”
‘오징어게임’의 장덕수, ‘카지노’의 서태석, ‘미끼’의 노상천. 배우 허성태의 빌런 연기가 빛난 OTT 작품들이다.
강렬한 눈빛, 실룩거리는 볼과 떨리는 입술, 묵묵히 깔리는 저음으로 악당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허성태를 4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제가 항상 긴장해서… 넉살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지금 보신대로 약간 ‘찐따’(덜 떨어진 남자)에요. 평소에 (영화·드라마에서 처럼) 그러고 다니면 이상한 사람이죠.”
화면 속에선 강렬한 인상을 선보인터라 그를 보기만해도 ‘움찔’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지만, 의외로 내성적이고 사귀는데 시간이 필요한 성격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찰진 악당 연기를 해낼 수 있는걸까.
“모든 분들이 다 센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단지 배우는 극중에서 필요한 상황에 여러가지 성격 중 하나를 표출할 수 있는 사람이죠.”
그는 쿠팡플레이의 오리지널 시리즈로 7일 파트2가 공개되는 미끼에서 사채업자에서 사기 사건 피해자, 다시 가해자로 변신하는 가변적 인물인 노상천 역을 맡았다.
전작을 포함, OTT 드라마 세편의 배역 공통점은 “다 나쁜놈” 이라는 그는 비슷하게 보여도 역할에 충실한 다른 연기를 하려 애썼다고 했다. 특히 이번 노상천 역할은 “오랜 기간 (성격이) 변화하는 역할이라는 게 큰 장점”이라며 하나의 드라마 안에서 “어떻게 변주를 줘야할까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요즘 잘 나가는 악역 전문인 그는 “악역을 하면 오그라들고 숨고 싶다”면서 “액션신을 찍고 누군가 패고 때려야하는데, 몸에 힘이 들어가면 힘들다”고 고백했다. 그는 특히 (상대가) 여자나 어린 아이거나 할 때면, 컷 사인 뒤 괜찮은지 상태를 확인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때리는 역할보다 맞는 역할이 맘 편하다. 그가 스크린에서 주목을 받은 계기도 잘 맞아서다. 허성태는 영화 ‘밀정’에서 배우 송강호에게 찰지게 맞는 장면으로 눈길을 끌었다. 영화 인생에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용기라기 보단 정말 하고 싶었던 (배우에) 한번 도전 안 해보면 평생 후회할 거 같은 느낌이었죠. 회사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는 거고, 목숨 걸고 하긴 했지만 용기있는 사람이어서 한 건 아니에요.”
용기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처음 주말에 열린 오디션 예선에 나갈 때 심사위원 5명 모두를 만족 시키지 못하면 중도 하차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5명이 모두 ‘오케이’를 외쳤고, 소주 세병을 마신 뒤 월요일에 바로 사표를 내고 이후 오디션에 전념했다.
우승은 못했지만, 그는 이후 연기자의 길을 걸었다. 5년간 무명으로 집까지 경매로 넘어갔지만, 연기자의 길을 반대했던 어머니에게 미안함 맘에 포기하지 않고 버텼다. 지금 어머니는 누구보다 든든한 팬이다.
“저는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엄마나 누나는 (제 성공이) ‘로또’라고 얘기할 정도죠. ‘과감히 도전하십시요’ 이런 얘기 할 수 없어요. 성공을 위해 하고 싶은 걸 한다기 보다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상황이라면 도전해 봤으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나쁘지 않을 거 같아요. 인생은 한번 뿐이니까요.”
오징어게임에서는 “열심히 한 기억밖에 없다”는 그는 “미끼는 처음으로 주연을 하는 큰 작품이라 되게 조마조마하고 잘 됐으면 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결말을 공개할 수 없지만 “큰 반전이 있다. 아주 마음에 든다”고 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은 악당이 아닌 선한 사람이다.
“정의로운 캐릭터들이 멋있는 거 같아요. 우정, 정의를 지키기 위한 역할이 들어오면 도전하는 맘으로 할 겁니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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