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저출생 원인은 여성 차별… ‘길거리 헤어롤’은 반항 상징”
한국의 저출생 원인으로 뿌리 깊은 여성 차별 문화가 원인이라는 이탈리아 매체 분석이 나왔다. “저출생은 한국 여성들이 ‘아이 낳는 기계’가 되는 것에 맞서 벌이는 파업”이라는 것이다. 젊은 여성들이 앞머리에 헤어롤을 달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은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 규칙에 대한 ‘부드러운 반항’의 상징이라고 진단했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지난 2일(현지 시각) ‘한국 엄마들의 파업: 동아시아 호랑이 멸종 위기’라는 제하 기사에서 한국의 저출생 문제와 원인을 짚으며 이같이 분석했다.
이 매체는 “한국의 출산율은 0.81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가임기 여성의 65%가 아이를 가질 의사가 없다는 2022년 조사도 있다. 디스토피아처럼 보이지만 분명한 현실”이라며 “작지만 강력한 아시아의 호랑이는 인구 통계학적 대재앙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이 매체는 이 같은 저출생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한국 사회의 남녀 불평등과 직장 내 여성 차별을 꼽았다. 성차별을 다룬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육아휴직을 다녀온 여성이 복직 후 한직으로 발령 난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 여성들이 ‘출산 파업’으로 맞선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또 한국 여학생들이 앞머리에 헤어롤을 달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남성이 만들어놓은 세상에 대해 여성들이 ‘미학적 반란’을 벌이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인 2017년 3월 10일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헤어롤을 머리에 달고 출근하는 사진도 기사에 첨부했다.
성차별 속에 성장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한국에서 100만부 이상 팔려나간 점에도 주목했다. 가부장제로 대표되는 유교 문화로 인해 오랫동안 억압받은 한국의 여성들이 민주화, 서구 문화 유입 등을 통해 남녀 차별에 대한 의식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의식 수준이 높아지는 데 비해 사회적 성역할 변화는 더뎠다는 것이 이 매체 진단이다. 이 때문에 남성과 여성, 젊은 남성와 급진적 페미니스트 사이에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여성은 이런 상황에서 비연애·비성관계·비혼·비출산을 뜻하는 이른바 ‘4B(비·非)’를 추구한다고 매체는 짚었다.
기사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유력한 대선 후보로 거론되던 때 했던 발언도 가져와 비판했다. 2021년 8월 2일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 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 초청 강연에서 했던 말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저출산 문제엔 여러 원인이 있다”며 “얼마 전에 무슨 글을 봤다. 페미니즘이라는 것이 너무 정치적으로 악용돼서 ‘남녀 간 건전한 교제 같은 것도 정서적으로 막는 역할을 많이 한다’ 이런 얘기도 있더라”라고 말했다.
이 매체는 윤 대통령의 이 발언 대목을 두고 “그는 문제를 반대 방향으로 이해했다. 양성평등은 출산율 하락의 해결책”이라며 “여성의 삶을 보다 공정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것은 국가에 대한 실존적 위협을 줄이는 데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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