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시즌 첫주···선명한 것 하나, 키움 선발 ‘빅4’의 강세
개막 이후 아직 첫 주가 다 흐르지 않았다. 구도가 잡히려면 적어도 팀당 20~30경기씩은 더 달려야 한다. 이제 출발선을 막 떠난 시간으로 앞이 보이지는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올해는 더더욱 혼란스러운 변수들이 여럿 나타나고 있다.
이를테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다녀온 각팀 간판급 선수 중 몇몇이 부진 또는 부상에 묶여있고, 각팀의 주동력일 수밖에 없는 외국인투수도 벌써 4명이나 다쳤다. 그라운드 밖에서 FA(자유계약선수) ‘뒷돈 거래 시도’ 파문 등으로 KBO에서 검찰에 수사 의뢰까지 하면서 바람 잘 날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전체 시즌을 관통할 수 있는 선명한 요소들은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그중 하나는, 개막 이후 견고함을 보이고 있는 키움 선발진이다.
당초 키움은 안우진-에릭 요키시로 이어지는 원투펀치는 리그 톱을 다툴 만큼의 막강 듀오로 평가받고 시즌을 시작했는데 여기에 3, 4선발까지 안정세를 보이며 1~3선발 내지는 1~4선발 싸움에서 리그 최강 전력을 발휘할 힘을 보이고 있다.
키움은 지난 5일까지 개막 이후 4경기에서 선발 평균자책 2.35를 기록했다. 통계적 의미를 보이려면 경기수가 조금 더 누적돼야 하지만 현시점에서 단연 전체 1위다.
지난 1일 고척 한화전에서 개막 선발로 나온 안우진이 6이닝 무실점으로 출발 신호를 울린 가운데 요키시가 다소 부진했지만 5이닝 3실점(2자책)으로 버틴 데 이어 새 외국인투수 아리엘 후라도가 지난 4일 고척 LG전에서 6이닝 3실점으로 안정감을 보였다. 4선발로 나온 최원태도 5일 LG전에서 6이닝 1실점의 완성도 높은 피칭을 했다.
어느 정도 ‘변수’로 봤던 후라도와 최원태의 피칭 내용이 기대치에 모자람에 없었던 것이 키움으로서는 긍정 신호다. 특히 후라도는 7회 불펜진에 마운드를 넘기기까지 LG 타선에 6안타를 내줬지만, 패스트볼 위력 및 변화구의 다양성 및 제구 등에 모두 합격점을 받을 만했다. 적어도 선발 한 자리는 굳건히 지킬 수 있는 안정감을 보였다.
선발진의 힘은 팀 전력의 70%에 닿을 수 있다. 장기레이스에서 우열이 갈리는 가장 결정적인 지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키움은 선발 평균자책 3.41로 SSG(3.44), KT(3.53)를 제치고 근소하나마 1위를 하면서 다른 파트의 전력 열세에도 정규시즌 3위 및 한국시리즈 진출이 가능했다.
지난해에는 외국인투수 한 자리가 약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키움 선발진은 업그레이드 성적을 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장재영이 조금 더 검증이 필요하지만, 키움은 늦게나마 베테랑 정찬헌과 FA 계약을 하면서 선발진 뎁스도 키워놨다.
개막에 앞선 선발진 강세가 예상됐던 KT와 SSG 등의 주력 선발들이 부상으로 시즌 초반 빈틈이 생긴 것도 상대적으로 키움이 돋보이는 이유다. 키움 선발진이 아주 이른 시기에 시즌 화두로 떠올랐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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