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고칠 수 있다”며 여성 20여명 유사강간한 무속인 실형

심리 불안 여성 상대 “자궁에 귀신 붙었다”는 등 무속 부추겨
퇴마의식 빙자 피해자들 유사강간, 성추행…징역 7년형 선고

퇴마의식으로 병을 치료해주겠다며 20명 넘는 여성을 꾀어내 유사강간하거나 성추행한 무속인이 징역형에 처했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진재경)는 6일 유사강간과 강제추행, 사기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48)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40시간과 아동 청소년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 10년을 내렸다.

무속인은 2019년5월부터 2021년11월까지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자신의 신당에서 무속행위를 빙자해 여성 20여 명을 유사강간하거나 추행하고 퇴마비 굿비 등 명목으로 2000여 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경찰 초기 수사 단계에서 10여 명이었으나 20여 명까지 늘어났다.

그는 지인으로부터 소개받거나 인터넷 검색으로 신당을 찾아온 심리 불안 상태 여성들을 상대로 “자궁에 귀신이 붙었다”, “퇴마하지 않으면 가족이 단명한다” 등의 말을 하며 무속행위를 받도록 부추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 “나는 귀신 쫓는 것으로는 대한민국 1% 엑소시스트다”, “암도 고칠 수 있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본다”며 허위사실로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속인은 두 명이 앉으면 남는 공간이 없을 정도로 비좁은 공간에서 퇴마의식을 빙자해 피해자들에게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인정했으나 자신의 행위를 의사가 진료비를 받고 치료하는 것에 비유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우리 사회가 받아들여 온 무속 행위 범주를 벗어난 행위”라며 “피고인은 피해복구 노력 없이 오히려 합의금을 얻을 목적으로 피해자들이 허위 고소했다는 취지로 인격적 비난까지 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무속인이 경호업체나 분식집 운영 등으로 생활하다 신내림을 받고 2017년 11월부터 무속인의 길에 들어섰다”면서도 “하지만 무속인협회에 가입돼 있지 않을뿐더러 퇴마나 (신체 접촉이 이뤄지는) 굿을 누구에게 어떻게 배운 건지는 상당히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피해자 가운데 일부를 신당으로 데려가 퇴마의식을 받게끔 한 혐의(추행 방조, 사기 방조)로 무속인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여성(51)에 대해선 “거액을 주고 굿을 하는 등 무속인을 완전히 믿었고 현재도 믿는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