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징계로 파면·정직, 사라진 '9년'…대법 "정년 연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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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이명박 정부 시절 국방부의 '불온서적 차단' 지시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가 강제 전역 당했던 군 법무관이 14년 간의 소송전 끝에 전역 부당함과 현역 신분을 인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현역 지위 확인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08년 10월 국방부의 '군내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 대책' 지시가 장병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군이 지정한 불온서적에는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노엄 촘스키 교수의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등이 포함됐다.

이에 육군참모총장은 2009년 3월 A씨가 "군의 지휘계통을 문란하게 하고 군기와 단결을 저해했다"는 등의 이유로 파면 처분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행정소송에서 승소해 2011년 9월 복직했다. 이 과정에서 헌법재판소의 ''불온서적 반입'을 금지한 군인복무규율 자체는 합헌'이란 결정도 나왔다.

그러나 군은 A씨 복직 한 달 뒤 징계수위를 정직 1개월로 바꿨고, 이후 2012년 1월 A씨에게 강제 전역을 명령했다. A씨는 이 역시 부당하다며 두 번째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렇게 진행된 6년 간의 행정소송에서 A씨는 2018년 7월 군의 징계와 전역 명령이 부당하다는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결국 최종 승소한 A씨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정직·파면, 복귀로 9년 간의 기간이 지나면서 이번에는 정년 연령이 문제가 됐다. 소령 계급의 연령인 45세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를 이유로 군은 A씨에게 다시 전역·퇴역 명령을 내리자 A씨는 다시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가 현역 지위를 상실한 것은 임명권자의 중대한 귀책사유에 의한 것"이라며 A씨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A씨 패소로 판결했다. 정직처분 후 전역 명령을 내린 절차가 법령에 따른 조치이고 이례적인 업무처리도 아니라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군 임명권자의 일방적이고 중대한 귀책사유에 따른 불이익 처분으로 실질적인 직무수행의 기회를 상실했다면, 그 기간 만큼 연령정년이 연장된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은 "임명권자의 거듭된 불이익처분의 위법성 등을 볼 때 A씨 귀책 없이 초래된 비정상적 상황 아래 도래한 계급별 연령정년을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군인사법상 입법취지는 헌법이 정한 공무원의 신분보장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한다"며 "이러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직권면직기간이 계급정년기간에서 제외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1진급심사에 필요한 실질적인 직무수행의 기회를 상실한 기간만큼 A씨는 여전히 현역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