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죽쑨 자산시장…작년 총금융자산 '역대 최소' 증가
주식 보유 비중 처음 20% 넘겼는데…1년 새 3%p 급락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지난해 국내 금융자산이 역대 최소로 증가했다. 가파른 금리 상승에 따른 자산시장 위축 여파로 풀이된다.
소득이 늘었음에도 투자처를 잃은 가계는 대출과 주식 보유 비중을 확 줄였고, 예금은 11년 만에 최대 비중까지 늘렸다.
특히 가계의 주식 보유 비중이 역대 최대로 하락해 재작년 종전 최고치를 경신했던 20% 선을 내려갔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2년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모든 경제 부문이 보유한 총금융자산은 2경3416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42조5000억원 늘었다.
증가 폭이 전년(2065조원)보다 크게 축소됐다. 역대 최소 증가 폭이다.
주로 고금리에 따른 증권 등 자산시장 위축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총금융자산의 구성내역을 보면 지분증권·투자펀드 비중이 2.6%포인트(p) 하락한 20.7%였던 반면 대출금 비중은 0.9%p 상승한 18.6%를 나타냈다.
현금·예금 비중은 20.5%로 전년비 0.5%p 올랐고, 보험·연금 준비금 비중은 6.9%로 동일했다.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2.14배로 조사됐다. 전년의 2.19배보다 0.05배 낮아졌다.
작년 기준금리 인상 등에 따른 고금리로 인해 가계 부문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이 진행되고 자산시장은 냉각된 결과다.
이에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여윳돈(순자금운용)은 지난해 오히려 182조8000억원으로 전년비 35조9000억원 확대됐다. 가계들이 고금리에 떠밀려 대출부터 갚았으며, 주식·부동산 부진에 투자처가 여의치 않자 어쩔 수 없이 여윳돈을 늘린 상황으로 해석된다.
문혜정 한은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가계 소비가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증가했으나 소득이 크게 증가하면서 금융자산으로 순운용(자금운용-자금조달)한 규모가 전년대비 확대됐다"고 말했다.
작년 가계 자금순환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금조달이 특히 대출금을 중심으로 크게 줄었다.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조달 규모는 80조6000억원으로 1년 전의 193조3000억원보다 112조7000억원 급감했다. 그중 예금취급기관 대출금이 143조4000억원에서 46조4000억원으로 줄어들며 감소 폭 대부분을 차지했다.
문 팀장은 "대출금리 상승과 대출규제 지속, 주택경기 둔화 등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운용 규모는 전년비 76조9000억원 감소한 263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식시장 부진과 금리 상승, 안전자산 선호 등에 따라 주식과 결제성예금을 중심으로 축소됐다.
특히 주식 자금운용 규모가 40조6000억원으로 1년 새 72조3000억원 급감했다.
반면 저축성예금은 182조9000억원으로 전년(82.2조원) 대비 100조원 넘게 불었다. 문 팀장은 "상대적으로 수익률과 안전성이 높은 저축성예금, 채권 등의 운용이 확대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지난해 보유한 금융자산 구성을 보면, 주식 비중이 지난 2021년 역대 최고인 20.8%까지 올랐으나 한 해 동안 3%p 급감해 17.8%에 그쳤다. 지난 2019년(15.3%)보다는 높고 2020년(19.4%)보다는 낮은 수치다.
주식 보유 비중의 하락 폭이 통계를 집계한 2009년 이후 역대 가장 컸다.
반대로 예금 보유 비중은 43.5%로 전년비 2.5%p 급증했다. 지난 2011년(45.1%) 이후 11년 만에 최대 비중이다.
지난해 기업 등 비금융법인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175조8000억원으로 전년(66.3조원)에 비해 109조5000억원 확대됐다. 원자재 가격과 환율 상승 등으로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여기에 일반정부의 순자금조달 39조3000억원 등을 합치면 국내 전체 여윳돈을 뜻하는 순자금운용 규모는 1년 전보다 48조7000억원 줄어든 39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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