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신부들' 마스터스 데뷔..오지현은 버디 잡고 '펄쩍' [여기는 오거스타]
김시우 아내 오지현은 9번홀에서 대타 찬스
9번 아이언으로 친 공 70cm 붙인 뒤 버디
임성재 아내는 남편 옆에 붙어서 애정 과시
이경훈은 아내, 딸과 함께 2년 연속 참가
지난해 12월 하루 간격으로 결혼한 김시우(28)와 임성재(25)가 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개막 이벤트 파3 콘테스트에 아내들과 함께 참가해 부부 데뷔전을 치렀다.
김시우는 지난해 12월 19일, 임성재는 하루 전인 18일에 서울에서 각각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결혼 4개월 차에 접어든 김시우와 임성재의 아내는 이날 흰색 캐디 수트를 입고 남편을 따라 마스터스 무대에 섰다. 공식 대회에 선수로 참가한 것은 아니지만, 결혼 후 처음으로 공식 무대에 얼굴을 알리는 신고식이었다.
파3 콘테스트는 마스터스 개막 하루 전 열리는 이벤트 경기다. 선수는 가족이나 지인, 친구 등을 캐디로 동반해 경기에 나서는 게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젊은 선수들은 여자친구나 애인, 아내와 참여해 함께 즐긴다.
프로골퍼 출신인 김시우의 아내 오지현은 이날 깜짝 스타가 될 뻔했다. 오지현은 지난해까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뛰며 7승을 올린 정상급 선수였다.
오랜 시간 투어 활동을 해온 덕분에 메이저 대회도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는지 이날 그 누구보다 분위기를 즐겼다. 특히 선수를 대신해 샷이나 퍼트를 하는 ‘대타 찬스’에 대비해 오전에는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도 하면서 파3 콘테스트를 준비했다.
기대대로 오지현은 캐디 역할도 멋지게 해냈고 녹슬지 않은 실력까지 뽐냈다.
2번홀에선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선 뒤 잔디를 뜯어 허공에 날리며 바람의 방향을 체크했다. 함께 경기한 케빈 나와 이경훈은 그 행동을 보고는 ‘선수 출신은 다르네’라는 눈빛을 보였다.
9번홀에선 대형 사고를 칠 뻔했다. 남편의 9번 아이언을 꺼내 들고 티샷을 한 공이 115야드 거리에 있는 홀 옆 70cm에 붙였다. 퍼트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해 버디를 잡아 마스터스 무대에서 버디를 한 최초의 KLPGA 투어 출신 선수가 됐다.
파3 콘테스트에선 깜짝 스타도 많이 나온다. 작년엔 임성재의 부친 임지택 씨가 9번홀에서 티샷한 공을 1.5m에 붙이자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스코티 셰플러까지 달려와 축하해주는 장면이 SNS를 타고 급속도로 퍼져 화제가 됐다. 영상 조회수만 수십만 건이 나왔고, 그 뒤로 임 씨를 알아보는 골프팬도 늘었다.
KLPGA 특급 스타다운 실력을 뽐낸 오지현은 이날 또 한 명의 깜짝 스타가 될 뻔했지만, 세이머스 파워(미국)가 8번과 9번홀에서 ‘백투백 홀인원’이라는 진기록을 달성하는 바람에 아쉽게 관심을 덜 받았다.
오지현은 “연습장에서 (공) 한 박스 치고 나왔다”며 “(마스터스에) 너무 오고 싶었는데, 이렇게 올 수 있게 해준 남편이 고맙다. 오늘 정말 재미있고 즐거웠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남편과 함께 파3 콘테스트에 참가해 신이난 오지현은 내년 마스터스도 기다렸다. 그는 ‘내년에는 홀인원을 노려봐요’라는 질문에 “그러면 좋겠다”라고 했다.
임성재의 아내도 이날 마스터스에 데뷔했다. 미국에서 대학을 나와 결혼한 임성재의 아내는 어릴 때 골프를 배운 적이 있지만, 잘 치지 않아 이날 대타로 나서지는 않았다. 결혼 후 남편을 따라다니고 있으나 아직은 투어 무대도 낯선 탓인지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았다. 대신 남편 옆에 착 달라붙어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
임성재는 자신을 따라 9홀 동안 함께 한 아내에게 고마움과 함께 애정을 엿보였다.
임성재는 “1번홀부터 9번홀까지 함께 있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다”라며 “아내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이렇게 메이저 대회 코스를 걸을 수 있어 꿈만 같았다. 평생의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더운 날씨에도 함께 나선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해 마스터스에 데뷔한 이경훈(32)의 아내 유주연 씨와 딸 유나는 2년 연속 캐디복을 입었다.
파3 콘테스트에 나가는 캐디는 마스터스 경기 때 캐디가 입는 흰색의 수트와 같은 캐디복을 입는다. 성인용은 골프장에서 빌려 입고 어린이용은 별도로 주문해 만들어 온다. 비용은 1벌당 100달러다. 이경훈은 지난해 딸에게 입힐 어린이용 수트를 주문했다. 안타깝게도 지난해 맞춘 수트를 잃어버려 올해 다시 주문했다. 그래도 가족과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
주영로 (na187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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