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가해 기록 연장, 효과 있을까 [오늘의 교육 이슈]

김유나 2023. 4. 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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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학교폭력 근절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5일 대책의 윤곽이 나왔다. 학교폭력 가해자의 징계기록 보존 기간을 연장하고, 대학 정시모집에서도 학교폭력 가해 기록을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정부는 학교폭력 이력을 취업 시에도 반영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적 공분이 높아지자 가해자 ‘엄벌주의’ 강화에 나선 것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대책이란 의견과 실효성·형평성이 적다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뉴시스
6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전날 교육부와 국민의힘은 당정협의회를 열고 학교폭력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의 학교폭력 가해 조치 보존 기간을 최대 10년으로 늘려 입시는 물론 취업에까지 활용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조경태 의원이 발의했던 안이다. 

앞서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과거 고교 시절 학교폭력으로 강제전학 조치를 받았음에도 서울대에 합격해 논란이 됐다. 학교폭력 가해 조치 기록 기간 연장은 학교폭력 가해자가 사회에서 큰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는 여론을 반영한 정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가해 학생의 ‘낙인효과’만 키운다는 반론도 나온다. 박정현 만수북중학교 교사는 “대책이 가해자 엄정대응 기조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은 맞다. 학교폭력 가해자가 받는 불이익이 너무 없다는 사회적 정서가 반영된 정책”이라면서도 ”우려점도 있어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정순신 아들 사건처럼) 명백한 사안도 있지만 애매한 부분도 있다. 가해 여부가 불분명한데 가해 학생으로 지목되는 경우 있고 처음에는 피해자였다가 나중에는 쌍방으로 진행되는 사건도 많다”며 “가해·피해가 애매하게 나뉘는 경우 입시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이 치명적일 수 있어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 소송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박 교사는 “기록을 없애기 위한 법적 분쟁도 많아질 것이다. 입시와 직결되니 누구든 무효 소송을 벌일 것”이라며 “특히 경제적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법적인 부분을 총동원할 것이고, 법률적으로 소외당하는 사람은 이런 것조차 시도하지 못해 불공정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공동취재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도 가해자 엄정주의 정책이 실제 학교폭력을 얼마나 줄일지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경쟁률이 치열한 대학을 가려는 마음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입시 연결이 큰 의미가 없고, 입시에 감점이 될 수준의 강제전학·퇴학 처분을 받는 비율도 낮다”며 “원래 학교폭력 예방 법률의 목적은 가해 학생 처벌이 아닌 가해 학생 선도, 피해 학생 회복”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모가 교육에 관심 있고 가정 형편 괜찮을 경우 끝까지 소송할 것이고, 가해자인데 크게 잘못하지 않아도 부모가 돌봐주지 않아 기록에 남으면 좌절감이 엄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가해자 엄정대응보다는 피해자 회복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사건 발생 후 피해 학생의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시스템은 잘 가동되지 않는다”며 “법을 피해자 관점으로 보고 피해자 문제를 해결해주는 쪽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피해 학생 상담, 회복에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1호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인 노윤호 변호사도 교육부의 가해자 엄정주의 기조에 우려를 표했다. 노 변호사는 “목적은 이해가 간다. 학교폭력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조심하게 경각심 갖게 하겠다는 것 같다”면서도 “(입시에 감점을 주는 것이) 학교폭력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초등학교, 중학생 학생은 대학교 입시와 관련이 없을 것이고, 고등학생도 공부 열심히 하는 극히 일부 학생에게나 해당하는 내용”이라며 “대학 입시와 관심 없는 가해 학생도 많아 실질적인 예방 효과는 적을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가해 학생이 인정하고 사과하는 식으로 가야 하는데 입시 등 불이익 많이 주겠다고 하면 가해 학생 측에서는 이걸 막기 위해 부인하거나 반발할 수 있다. 화해나 사과는 뒷전이 되는 것”이라며 “본래 학교폭력 예방법 취지인 피해 학생 보호, 가해 학생 선도 목적보다는 학생부 기재가 될 것이냐 말 것이냐, 대학 입시에 불이익 줄 것이냐 말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지금은 전학 처분 아니고서는 상급 학교 갈 때 같은 학교 배정돼도 막을 수 없는 등 피해자 보호조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피해 학생 보호 정책이 미흡해 피해 학생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일대일이나 우발적으로 일어난 학교폭력은 화해시키는 것이 필요하지만, 지속적으로 괴롭히거나 다수가 심하게 괴롭혔을 경우에는 당연히 상응하는 조치를 빨리 취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어떤 아이들은 악랄하다. 유형 분리를 잘해서 가해자를 엄정하게 조치하기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홍 교수도 소송 남발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소송을 갈 경우 경제적 여력이 안 되는 집 아이들에게는 부당하게 끝나는 경우도 많다. 미성년자 싸움이 법정으로 번지지 않도록 법률구조공단과 비슷하게 국가 차원의 중재기구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중대한 학교폭력에 대해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면서도 “현실성,형평성 등 고려할 문제가 많은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중대한 학폭을 어디부터로 볼 것인지 △기재 기간을 늘려 입시 불이익을 줄 때 똑같은 수준의 학폭이라도 기재 기간 내 학폭은 불이익을 주고 그 직전에 저지른 학폭은 면제하는 게 맞는지 △학생이 성인을 대상으로 형사 범죄를 저지른 경우 불이익이 없는데 학교폭력 학생만 불이익을 주는 게 형평성에 맞는지 △학교의 교육적 지도에 따라 진정 반성‧사과하고 이후 행동을 교정했으며 피해자가 용서한 경우도 불이익을 주는 게 맞는지 △취업 불이익의 경우,공무원이나 공공기관 반영은 가능할 수 있으나 사기업까지 반영하기 어려운 점 등 여러 문제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유나·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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