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여윳돈 36조↑…예금 비중 역대 2위
기사내용 요약
예금 비중 43.5%…11년래 최고
주식 비중 17.8%…3년래 최저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
지난해 가계 여유자금이 1년 전보다 36조원 가량 늘었다. 코로나19 일상회복으로 소비가 늘었음에도 고금리, 고물가에 대출금을 줄이고, 부동산 시장· 주식 시장 부진으로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자 안전자산인 예금 비중을 늘렸기 때문이다.
가계자산 중 주식 비중은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예금 비중은 역대 2위를 기록하는 등 기준금리 인상으로 위험자산인 주식에서 예금으로 옮겨가는 '자산 리밸런싱'(자산 재조정) 현상이 나타났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가계·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자금운용-자금조달) 규모는 182조8000억원으로 전년(146조9000억원)보다 35조9000억원 늘어났다.
순자금운용은 각 경제주체가 쓸 수 있는 여유자금을 의미한다. 예금이나 보험, 연금, 펀드, 주식 등으로 굴린 돈을 나타내는 자금운용액에서 차입금 등 빌린 돈을 뜻하는 자금조달액을 뺀 수치다.
가계의 여유자금이 늘어난 것은 가계 소득이 늘어난 가운데, 자금운용이 자금조달보다 더 크게 감소하면서 순자금운용이 확대된 영향이다. 고금리, 고물가에 소비는 늘었지만 은행 대출금을 줄이고, 부동산 시장 부진에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어지자 안전자산인 예금 비중을 늘렸다는 얘기다.
가계의 자금운용 규모는 주식시장 부진, 금리상승 등으로 주식, 증권기관 예치금 등이 줄면서 전년(340조3000억원)보다 76조9000억원 축소된 263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자금조달액은 193조4000억원에서 80조6000억원으로 112조8000억원 줄었다. 금융기관 대출금리 상승, 대출규제 지속, 주택경기 둔화 등으로 예금취급기관 대출금을 중심으로 대출금이 1년 새 122조8000억원 줄어드는 등 자금조달 규모가 축소된 영향이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일상회복으로 소비가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증가했으나 소득이 크게 늘면서 여유자금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부동산 시장 부진으로 가계가 대출을 큰 폭 줄이면서 자금운용이 자금조달 보다 더 크게 감소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 주식시장 부진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이어지면서 가계 여유자금 중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의 저축성 예금 규모는 확대된 반면, 주식은 축소됐다. 지난해 가계 및 비용리단체의 저축성 예금은 전기대비 100조7000억원 늘어난 182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주식은72조3000억원 줄어든 40조6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전체 가계 금융자산에서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41.0%) 보다 2.5%포인트 확대된 43.5%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45.1%)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역대 두번 째로 높다.
반면 같은 기간 주식 비중은 20.8%에서 17.8%로 3.0%포인트 줄었다. 이는 2019년(15.3%) 이후 3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감소폭도 2011년 3.37%포인트 감소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감소폭이다. 국내주식은 19.2%에서 16.5%로 줄었고, 해외주식은 1.6%에서 1.3%로 축소됐다.
한은 관계자는 "주식시장 부진, 예금 금리 상승, 안전자산 선호 등으로 상대적으로 수익률과 안정성이 높은 저축성예금, 채권 비중이 확대된 반면 증권기관 예치금 운용, 주식 운용이 축소됐다"며 "기준금리 인상 등에 따라 위험자산인 주식에서 안전자산인 장기 저축성예금으로의 역머니무브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일반정부의 순자금 운용액은 같은 기간 -11조1000억원에서 -39조3000억원으로 28조2000억원 감소했다. 전년대비 자금운용(129조4000억원→ 49조원)이 자금조달(140조5000억원 →88조3000억원)보다 더 크게 축소되면서 순자금조달이 확대됐다. 지난해 금융기관 예치금 운용이 전년대비 감소 전환하고 채권 운용이 축소되면서 자금운용이 줄었고, 국채 발행이 전년대비 축소되면서 자금조달도 줄어든 영향이다.
비금융법인기업의 순자금 조달 규모는 -175조8000억원으로 전년(-66조3000억원) 보다 확대됐다. 이는 2009년 관련 통계 작성이후 사상 최저 수준이다. 기업들의 경우 투자 등을 위해 외부에서 자금을 빌리는 경우가 많아 자금운용과 조달과의 차액은 통상 순자금조달로 기록된다.
순조달 규모가 확대된 것은 자금운용은 축소된 반면, 자금조달이 확대된 영향이다. 금융기관 예치금 운용이 전년대비 줄면서 자금운용이 2021년 268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169조7000억원으로 크게 축소됐다. 반면, 증권시장 불안 등으로 주식 발행을 통한 조달은 줄었으나 채권발행, 금융기관 대출 등이 늘면서 자금조달은 같은기간 335조1000억원에서 345조4000억원으로 소폭 확대됐다.
국내 비금융부문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전년 말에 비해 55조5000억원 증가한 규모는 1경780조원을 기록했다. 금융부채는 358조5000억원 증가한 7075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른 국내 비금융부문 전체 순금융자산 규모는 3704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02조9000억원 감소했다.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1.52배로 전년(1.60배) 보다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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