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대출 줄자…작년 가계 여유자금 36兆 증가

이재은 기자 2023. 4. 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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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 상승에 가계 차입 감소
정부 추경에 가계소득은 증가
기업 여유자금은 큰 폭 마이너스
한전채 발행·레고랜드 사태로 은행 대출 급증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여유자금이 35조원 이상 늘었다. 대출금리 상승, 부동산 시장 한파로 가계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정부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에 힘입어 가계소득이 증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기업은 빌린 돈이 굴린 돈보다 많아 여유자금이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과 환율 상승으로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한국전력을 비롯한 공기업의 대규모 채권 발행으로 회사채 시장이 위축되자,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기업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 2023.2.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2년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은 182조8000억원으로 전년(146조9000억원)보다 35조9000억원 늘었다. 가계의 여유자금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순자금운용은 예금, 채권, 보험, 연금 준비금으로 굴린 돈(자금 운용)에서 금융기관 대출금(자금 조달)을 뺀 금액으로, 경제 주체의 여유자금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금액이 마이너스(-)일 경우 순자금조달로 표현한다.

지난해 대출금리 상승으로 가계가 은행 등에서 빌린 돈이 크게 줄어든 데다, 가계소득은 증가하면서 여유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지난해 389만원으로 전년(363만원)보다 늘었다.

문혜정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지난해 근로소득 증가율이 높아진 가운데 정부의 소상공인 보상금 등에 따른 이전소득 효과도 나타나면서 가계소득이 전반적으로 늘었다”며 “여기에 대출을 받아 부동산, 주식 등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줄어든 점도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가계 순운용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가계의 자금조달 규모는 80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2조7000억원 감소했다. 대출금리 상승, 정부 대출규제 지속, 부동산 시장 둔화 등의 요인이 맞물리면서 가계대출이 축소된 영향이다.

가계의 자금운용 규모는 76조9000억원 감소한 263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식시장 부진, 금리 상승, 안전자산 선호 등이 맞물리면서 주식, 결제성예금, 기타예금(증권기관 예치금, 청약예금 등)을 중심으로 운용이 축소됐다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가계의 전체 금융자산(4984조9000억원)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17.8%로 사상 최대였던 2021년(20.8%)보다 낮아졌다.

일반기업으로 대변되는 비금융법인기업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175조8000억원으로 1년 전(66조3000억원)보다 크게 확대됐다. 지난해 국제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뛴 가운데 원·달러 환율까지 치솟은 영향으로 운전자금 수요가 증가한 데 기인한다.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2021년 평균 배럴당 68.1달러에서 지난해 94.6달러로 상승했다. 지난해 평균 원·달러 환율은 1292원으로 전년(평균 1144원)보다 높아졌다.

지난해 한국전력을 포함한 공기업의 대규모 채권발행과 레고랜드 사태로 기업의 대표 ‘돈줄’인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민간기업이 은행 등 금융권 대출을 확대한 점도 자금조달이 늘어난 이유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직접금융 조달 여건 악화로 주식 발행이 축소됐으나 공기업 채권 발행, 민간기업 대출금을 중심으로 조달이 늘었다”고 했다.

일반정부는 지난해 국세수입이 증가했으나, 코로나 대응을 위한 재정집행으로 정부 지출이 더 크게 늘면서 순조달 규모가 39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전체 순자금운용 규모는 39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87조9000억원)에 비해 48조7000억원 감소했다. 기업과 정부를 중심으로 빌린 돈이 굴린 돈보다 더 늘어난 영향이 컸다.

지난해 말 기준 총금융자산은 2경3416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42조5000원 늘었다.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의 비중이 2.6%포인트(p) 하락한 반면, 대출금 비중은 0.9%p 상승했다.

가계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2.14배로 전분기(2.19배)보다 하락했다. 가계의 금융자산 잔액은 4984조9000억원, 금융부채 잔액은 2327조2000억원으로 각각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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