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강성희 진보당 의원 "전주 시민들이 색깔론 심판해줘"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진보당 강성희 당선…농민단체 "봄 가뭄 속 단비같은 진보국회의원"
국민의힘 후보 8% 저조한 성적 5위 낙선에 "아무리 작은 서리라도 닥쳐오는 겨울을 의미해"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강성희 진보당 후보가 당선됐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39.07%를 득표해 2위 임정엽 무소속 후보(32.11%)를 눌렀다. 김건희 여사가 유흥주점에서 일했다는 주장을 해온 안해욱 무소속 후보가 10.14%를 얻어 3위를 기록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지도부가 출동했지만 김경민 국민의힘 후보는 5위에 그쳤다.
이로 인해 임기가 1년2개월 정도 남았지만 원외정당이던 진보당이 국회에 진출하게 됐다. 지난 2017년 창당한 민중당이 2020년 6월 당명을 진보당으로 변경했다. 김종훈 현 울산 동구청장이 2016년 무소속으로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가 민중당 창당 이후 상임대표를 맡았다.
강 의원은 이날 당선소감에서 “선거 막판 상대 후보 측에서 온갖 색깔론과 흑색선전으로 극도의 혼탁 선거로 몰아갔지만 전주시민들께서 현명하고도 단호한 선택을 했다”며 “특히 우리 정치의 암적인 존재와도 같은 색깔론을 전주시민들이 심판해줘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한 획을 긋는 역사적 의미까지 담아줬다”고 했다.
전주지역에 국민의힘은 “진보가 무엇인가? 사회주의 공산 혁명이 진보인가?”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내걸었고, 자유민주당은 “진보당은 통진당, 간첩당 맞죠?”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일부 전북 지역언론은 이를 보도하며 색깔론 비난을 전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임정엽 후보도 “운동권 진보당에 전주를 뺏길 수 없다”고 강 의원을 비판했다.
강 의원은 지난 2003년부터 현대자동차 전주 공장에서 비정규직 노조를 만들어 정규직화를 이끌어낸 노조 간부 출신으로 최근에는 전국택배노조 전북지부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다. 진보당에선 대출금리인하운동본부장을 맡아 민생 문제에도 관심을 보였다.
이번 재선거에서 강 의원은 농민단체와 노동단체, 전북 녹색당 등과 연대했다. 민주노총은 SNS에 강 의원 당선 소식을 알리며 “노동자 정치세력화로 한걸음 더 나아가자”고 썼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이날 “봄 가뭄 속 단비와 같은 진보 국회의원 탄생 환영한다”는 논평을 내고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이후 대한민국 국회에 농민을 대변할 수 있는 진보정당 국회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서민을 위한 국회의원, 농민을 위한 국회의원이 생겼다”고 환영했다.
전농은 강 의원을 가리켜 “농업을 파탄내고 농민들을 말살하는 윤석열 정권에 맞서 싸울 '진짜 진보' 국회의원”이라며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어려운 이들과 함께해온 그의 삶처럼, 앞으로도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는 국회의원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재보선은 이상직 민주당 의원의 의원직 박탈로 치러져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았다. 진보당 원내 입성에 민주당에선 긍정적인 평을 내놨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대화에서 “진보당에서 처음 의원을 배출했고 강 의원이 들어와 국회 안에서 소외됐던 목소리를 추가적으로 내준다면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에서 또 하나의 역할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선 자당 후보의 낮은 득표율(8.0%)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작은 선거일뿐이라고 애써 위안하지 말아야 한다”며 “아무리 작은 서리라도 그것은 닥쳐오는 겨울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사과하고 책임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선거는 당심 100%가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 당시 전주에서 15%대를 득표했는데 이번 선거에선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채널A 보도에 따르면 이날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선 전주을 지역구 당협위원장인 정운천 의원에 대한 인사조치안을 논의했다.
반면 당에선 진보당을 공격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이제 정당까지 장악한 간첩단, 손 놓고 있다가는 대한민국이 무너진다>는 논평에서 “제주 간첩단은 진보당 제주도당을 장악하고 이적행위를 행하고 있었다”며 “간첩단은 국가의 보호를 받는 정당의 간부라는 지위를 십분 활용하여 국가기밀과 국내정세를 수집하기도 했고, 반정부 및 반미 투쟁에 앞장섰다”고 했다.
후보를 내지 않은 정의당에선 강 의원에 대한 축하메시지를 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강성희 의원께 특별한 축하말씀 드린다”며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길에 국회에서 정의당과 함께 큰 시너지를 내면 좋겠다. 국민께 힘이 되는 좋은 의정활동 기대한다”고 했다.
전북 지역언론에서도 이 소식을 다뤘다.
전북의소리는 “이번 선거에서 진보당은 선거 기간 내내 중앙당 차원에서 강 당선인을 지원했다”며 “선거구 곳곳에 '나라까지 팔아먹는 영업사원이 어디 있느냐' 등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현수막을 붙이며 총공세를 펼친 것이 유효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옛 대한방직 터에 농협중앙회 이전, 금융공기업 유치, 전북형 공공은행 설립, 대출금리 인하 3법 추진, 전주·완주 통합 수소경제 완성, 전주형 청년 공유 주택단지 추진 등 그의 공약을 함께 전했다.
전북도민일보는 “진보당은 선거 3개월 전부터 전주을 지역 유권자들과 스킨십을 강화하며 서민들을 위한 생활 정치를 약속했다”며 “특히 고금리 인하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공약과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강조하면서 전주을 유권자들의 민심을 파고들었다”고 보도했다.
JTV전주방송은 <진보당 돌풍...강성희 당선>이란 기사에서 “박빙의 승부가 될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강성희 후보는 비교적 여유 있는 승리를 거뒀다”며 “선거 막판 터졌던 선거운동원의 농산물 전달 의혹과 색깔론 공세도 강 후보의 돌풍을 막지 못했다”고 전했다.
정권 심판 목소리도 전했다. 전주MBC는 <전주을 재선거 강성희 당선..진보당 첫 국회의원 배출>에서 강 의원 당선 소감 중 “윤석열 검찰 독재를 심판하고 새로운 정치를 향한 열망이 표출된 것”이란 부분을 담았다. KBS 전주방송총국도 <전국 유일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진보당 강성희 후보 당선>에서 강 의원 당선 소감 중 “윤석열 정부 심판에 표를 몰아주신 것으로 생각하고 반드시 윤석열 심판의 길로 나아가겠다”는 부분을 전했다.
한편 울산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선 진보 성향의 천창수 후보(61.4%)가 당선됐다. 이번 선거는 작년 12월 노옥희 당시 교육감이 갑작스럽게 별세해 치러졌는데, 천 당선인은 노 전 교육감의 남편이다. 울산 남구의원(남구나) 보궐선거에선 최덕종 민주당 후보가 50.6%를 얻어 당선됐다. 경남 창녕군수 보궐선거에선 국민의힘을 탈당한 성낙인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경북도의원 구미시 제4선거구 보궐선거에선 김일수 국민의힘 후보(64.6%)가, 포항시의원을 선출하는 포항시 북구 나선거구에선 김상백 국민의힘 후보가 57.9%를 득표해 당선됐다. 전북 군산시의회 나선거구 재선거에선 우종삼 민주당 후보가 37.77%로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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