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만 무기지원 속도”…중국 “강력조치”

차이잉원, 미국서 매카시 의장과
단교 44년만에 최고위급 회동
매카시 “확고한 지지” 밀착 과시
중국, 대만해협서 항모 무력시위
빅2 경제·외교·군사갈등 격화

미국과 대만의 ‘악수’ 차이잉원(왼쪽) 대만 총통이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미 밸리에 위치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미 권력서열 3위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의 공동기자회견이 끝난 뒤 악수하고 있다. 대만 총통과 미 하원의장이 미국 본토에서 회담한 것은 1979년 단교 이후 44년 만이다. EPA 연합뉴스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방미 중인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5일(현지시간) 미국 권력서열 3위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공식면담해 1979년 단교 이후 44년 만에 미 본토에서 최고위급 회동을 가졌다. 매카시 의장이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가 제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대만과 밀착을 강화한 반면, 중국은 외교부 등 5개 기관이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를 할 것”이라며 군사 행동을 예고했다. 대만 문제로 다시 격돌한 미·중은 이날 수출통제 강화와 희토류 무기화 등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외교·군사·경제 등 전방위 분야에서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시미 밸리에 위치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공식면담을 가졌다. 차이 총통은 “유교 경전에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이란 말처럼 세계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이자 역내 안정의 초석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카시 의장 역시 “대만 국민에 미국의 지지는 확고하고 흔들림 없이 초당적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며 “대만에 미국 무기가 전달되는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국방부 등 5개 기관은 별도의 담화·성명을 통해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중국 푸젠(福建)성 해양안전국은 이날 대만해협 북부에서 공동 순찰작전이 시작됐다고 밝혔고, 대만 국방부도 이날 중국군 대잠헬기 1대·군함 3척이 대만해협에서 활동했다고 발표하면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편 미·중은 전날 경제부문에서도 충돌했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국가와 경제 결합이라는 중국주식회사 현상은 우리가 지속해서 고민할 문제”라며 동맹과의 공동 대응을 강조했다. 반면 중국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전기차 등의 핵심부품인 희토류 자석 제조기술 수출금지 검토에 이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기술 수출규제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