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진보당을 ‘민주당 텃밭’ 전주에 뿌리내리게 했나

박임근 2023. 4. 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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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실시된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강성희(50) 진보당 후보가 당선됐다.

강 당선자가 39.1%를 득표해 친민주당 무소속 후보를 넉넉한 표차로 제칠 수 있었던 데는 진보당 특유의 생활밀착형 선거운동이 큰 구실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속 의원의 사법처리로 재선거 원인을 제공한 민주당의 무공천, 두자릿수 정당투표 지지율을 꾸준히 얻어온 정의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것도 강 당선자가 반사이익을 누린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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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진보당만 보였다”
강성희 의원이 전주시내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진보당 제공

5일 실시된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강성희(50) 진보당 후보가 당선됐다. 진보당은 2014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이다. 강 당선자가 지난해 12월 출마선언을 할 때만 해도 지역정가에서는 민주당 텃밭에서 그가 당선될 것이라 예측한 이는 많지 않았다.

강 당선자가 39.1%를 득표해 친민주당 무소속 후보를 넉넉한 표차로 제칠 수 있었던 데는 진보당 특유의 생활밀착형 선거운동이 큰 구실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 당선자는 진보당 중앙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지난해 말부터 지역의 바닥 여론을 다져나갔다. 당원들은 전주시내에 월세방을 얻고 경로당 등을 돌며 노인들의 손톱·발톱을 깎아주고 어깨를 주물러주며 말벗 노릇을 꾸준히 했다. 급등한 난방비와 전기료 등 생활과 연결된 의제로 서민과 공감대를 넓힌 것도 주효했다.

주말에는 1천명이 넘는 진보당원들이 전주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주웠다. 선거기간에는 운동원들이 전주천과 삼천 주변에서 걷거나 조깅하는 시민들과 함께 운동을 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유권자들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강 의원이 약속한 대출금리 인하 3법 제정 등 민생공약에 후한 점수를 준 것으로 보인다.

강성희 의원이 6일 새벽 당선 축하를 받고 있다. 진보당 제공

완산구 효자동 주민 이아무개(56)씨는 “퇴근길에 돌아다니다 보면 진보당만 보였다. 사람이 안 볼 때는 보통 인사를 안 하는 데 쳐다보지 않아도 운동원들이 인사를 해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했다.

강 당선자는<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출금리 인하 문제에 대한 많은 분이 서명을 해줬다. 생활밀착형 서민문제는 다른 당 의원들과도 연대해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다. 일부에선 민주당의 이중대 구실을 할 것이란 우려도 하는데, 서민경제를 살리는 옳은 정책은 다른 당을 설득할 수 있고 연대도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기간에 “전주시를 반미투쟁기지로 만들 수 없다”고 공격한 상대 후보들의 색깔론과 관련해 “선거운동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었다. 민주당 소속이나 다름없는 후보가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비판하기보다 색깔론 공격에 집중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실제 지역에선 친민주당 후보의 강 당선자에 대한 막판 색깔론 공세가 역풍을 불러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권자에게 감사를 전하는 강성희 의원의 당선 펼침막이 6일 오전 전주시 도로에 내걸렸다. 진보당 제공

소속 의원의 사법처리로 재선거 원인을 제공한 민주당의 무공천, 두자릿수 정당투표 지지율을 꾸준히 얻어온 정의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것도 강 당선자가 반사이익을 누린 부분이다. 여기에 지역 기반이 탄탄한 민주당 조직이 복잡한 내부 경쟁 구도 때문에 역량을 집중하지 못한 것도 강 당선자에겐 유리하게 작용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언어인지과학과를 졸업한 강 당선자는 진보당 대출금리인하 운동본부장, 진보당 전북도당 민생특위 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2003년부터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비정규직 노조를 만들어 정규직화를 끌어낸 노동조합 간부 출신으로, 전국택배노조 전북지부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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