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1시간 만에 다 봤어"… 요약본 즐겨보는 사람들 [Z시세]
[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요새는 책을 안 읽고도 독서록을 써오더라고요."
직장인 서모씨(29)가 드라마 한 작품을 보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고작 두시간 남짓이다. '유튜브 요약본'만 있으면 왕복 2시간가량의 출근길에 8~12부작 드라마를 압축해서 볼 수 있어서다. 서씨는 "넷플릭스를 정기 구독하지만 콘텐츠를 다 볼 시간이 없다"며 "'더 글로리 시즌2'도 결말을 빨리 알고 싶어서 '결말 포함 요약본'으로 정주행을 끝냈다"고 말했다.
최근 드라마나 영화, 예능프로그램 등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아닌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로 시청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본방사수나 다시보기 대신 유튜버가 짧게는 10분에서 길게는 2시간 분량으로 압축한 동영상을 찾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랜 시간 읽어야 하는 책도 1시간 분량으로 요약해 들려주는 콘텐츠가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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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이모씨(30)는 넷플릭스를 구독하지 않고도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내용을 파악했다. 이씨는 "예전엔 스포일러 없는 예고편 느낌의 리뷰 영상을 즐겨봤다면 요즘은 결말이 포함된 요약본을 찾는다"며 "요약본 2~3개를 찾아보며 핵심적인 내용을 다 파악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유튜버가 올린 '더 글로리' 파트 1 몰아보기 영상 길이는 1시간15분이다. 총 8편으로 구성돼 6시간30분에 달하는 내용을 6분의 1로 줄인 셈이다.
OTT에 없는 옛날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어서 좋다는 시청자도 있다. 고등학생 김모양(18)은 "구독하는 OTT에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나 드라마 '궁'이 없었는데 유튜브 요약본을 통해 봤다"며 "명작 드라마를 쉽게 몰아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밝혔다.
구독료를 아낄 수 있는 것도 요약본의 장점으로 꼽힌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 티빙 오리지널 '술꾼 도시 여자들'·'환승연애' 등은 특정 OTT가 독점 공개하는 콘텐츠여서 개별로 가입해 시청해야 한다. 이용자들은 특정 콘텐츠를 보기 위해 OTT를 추가로 구독하기에는 요금 부담이 크다고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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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이모씨(21)는 "과제를 하려면 책을 읽어야 하는데 공부와 아르바이트 등을 병행하다 보면 바빠서 다 읽기가 쉽지 않다"며 "책 요약본을 통해 전반적인 책 흐름을 먼저 파악한 뒤 필요한 부분에 한해 발췌독을 하니 과제하는 시간이 훨씬 줄어들더라"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그러나 학교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해 4월 초·중·고교 교사를 조사한 결과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 원인으로 '유튜브 등 영상 매체에 익숙해져서'(73%)와 '독서를 소홀히 해서'(54.3%) 등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책 요약본 영상 시청이 독서활동을 대신하다보면 문해력 퇴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서울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김모씨(28)는 "독서록 숙제를 내주면 다 비슷비슷한 내용이더라"라며 "알고 보니 학생들이 책을 읽다가 어렵고 지루하니 유튜브에서 10분 만에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동영상을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책을 직접 읽게 하기 위해 '독서퀴즈'를 내거나 수업시간에 함께 책을 읽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최모씨(43)는 "짧은 시간동안 다양하고 많은 작품을 접할 수 있어서 너무 좋지만 아이들에겐 장단점이 너무 확실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씨는 "요약본 시청이 독서를 대신할 수는 없다"며 "학부모나 교사가 요약본의 장점만 잘 활용하도록 신경 써서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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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약본은 실용적 관점에서 크게 돋보인다"며 "볼 콘텐츠가 넘쳐나는데 시간은 없으니 '이걸 안 봤네'라는 후회 감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요약본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콘텐츠 환경 차원에서 봐도 요약본은 불친절한 미디어에 특화된 서비스"라며 "소비자는 한 작품을 다 본 뒤 '미디어 마케팅에 속았다'라는 생각을 갖기도 하는데 요약본은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김 평론가는 점점 커지는 영화·드라마·책 등 요약본의 영향력을 주의하며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요약본 콘텐츠는 한 사람의 관점에 불과하기 때문에 왜곡 현상 등의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향력이 커진다는 것은 사회책무 의무도 커진다는 의미기 때문에 제작자들은 콘텐츠 산업 내 역할을 고려하며 충실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현 기자 jhyu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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