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회의원 30석 줄이자” 총선겨냥 위기 돌파 승부수

■ ‘지도부 잇단 설화’ 국면 전환
“국민이 줄이라고 요구하는데
내주 전원위서 본격 논의해야”
“당 이미지 실추시키는 언행
누구든 엄정한 책임 물을 것”

표정이 다 말해준다 ?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김기현(오른쪽) 대표는 눈을 감고 굳은 표정을, 전날 발언논란을 빚은 조수진(왼쪽) 최고위원은 결연한 표정으로 발언준비를, 주호영(가운데) 원내대표는 조 위원의 발언 원고를 보고 있다. 김동훈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6일 국회의원 정수를 300석에서 30석 이상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에 적용할 선거제도 개편안을 논의하는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의원정수 축소를 논의할 것을 공식 제안했다. 의원정수 축소에 대한 국민 여론이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총선을 염두에 둔 정치개혁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당 지도부의 잇단 설화로 수세에 몰린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다음 주부터 시작하는 전원위에서 의원 수를 감축하는 것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최소 30석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회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마당에 신뢰 회복을 위한 특권 내려놓기조차 없이 선거 제도만 개편하자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전원위 논의 시작 전에 가장 중심에 있는 대전제는 민심이다. 국민은 국회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계신다”고 주장했다. 여권에서는 현재 47석인 비례대표 의석 축소,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통한 지역구 의석수 감소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의원정수 축소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군소정당의 거부감이 심해 전원위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 관계자는 “선거제 개편안을 두고도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의원정수 논의라는 더 큰 폭탄이 던져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치적으로 어려울 때마다 의원정수가 무슨 약방의 감초인 양 꺼내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당 지도부의 잇따른 발언논란에 대해 사과하면서 “당 대표로서 엄중히 경고한다. 이 시각 이후 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당을 부끄럽게 만드는 언행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당헌·당규에 따라 당 대표에게 주어진 권한을 보다 엄격하게 행사하겠다”고도 했다. 새 지도부 출범 한 달 만에 태영호 최고위원의 ‘4·3’ 발언, 김재원 최고위원의 ‘전광훈 목사’ ‘5·18’ 발언, 조수진 최고위원의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캠페인’ 등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이 연일 이어진 데 대한 공개 경고인 셈이다.

김 대표는 “총선 승리를 위해 장애 요인이 되면 누구든지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병기·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