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 잦은 특정 파킨슨병 유발 유전자 찾았다

이정호 기자 2023. 4. 6.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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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한국뇌연구원 채세현 선임연구원, 서울아산병원 성창옥 교수, 서울아산병원 정선주 교수. 한국뇌연구원 제공

유독 한국인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특정 유형의 파킨슨병이 어떤 유전자에 의해 유발되는지를 국내 연구진이 규명했다. 현재 확실한 치료법이 없는 파킨슨병에 대처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한국뇌연구원 채세현 선임연구원과 서울아산병원 성창옥·정선주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진은 한국인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산발성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특정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익스페리멘털 앤드 몰레큘러 메디슨’ 최신호에 실렸다.

파킨슨병은 뇌에 있는 다양한 신경세포들이 지속적으로 사멸하면서 나타난다. 몸이 떨리거나 신체를 움직이는 속도가 느려지는 게 특징이다. 우울감이나 불안, 불면증 등이 함께 나타나는 일도 많다.

이런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은 있지만 확실한 치료제는 아직 없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삶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파킨슨병은 국내외에서 60세 이상 인구의 최소 1.2%에서 발생하고, 발병률은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주목되는 건 한국인에게서 나타나는 파킨슨병의 95%는 가족력과 관련 없는 산발성 파킨슨병이라는 점이다. 서양인은 이 비율이 80% 수준이다. 한국인에 비해 가족력과 연관된 파킨슨병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뜻이다. 과학계는 이를 몸속 유전자와 연관된 문제로 봤지만, 정확히 어떤 유전자가 이런 차이를 만드는지는 그동안 규명하지 못했다.

뇌연구원 연구진은 대규모 조사를 벌여 의문을 풀었다. 국내 산발성 파킨슨병 환자 410명과 같은 연령대의 일반인 200명을 대상으로 ‘전장 유전체’ 분석을 했다. 세포 속에 들어 있는 전체 DNA를 낱낱이 확인한 것이다. 그 결과, 한국인 파킨슨병 환자의 몸에서는 파킨슨병과 연관된 유전자인 ‘GPR27’의 특이한 역할이 발견됐다.

GPR27은 뇌에서 에너지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GPR27이 유전변이를 일으켜 성질이 변하면 문제가 생긴다. 파킨슨병을 일으키는 원인과 연관되는 ‘알파-시뉴클린 단백질’을 몸속에서 활성화한다. GPR27 유전변이가 정상적인 단백질의 생산과 기능을 막아 파킨슨병의 원인을 만든다는 뜻이다. 또 신경세포의 활동을 돕는 물질인 도파민의 신호를 감소시키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GPR27에서 유전변이가 일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향후 파킨슨병이 일어날 가능성을 예측하고, 환자에게 개인별 맞춤 치료를 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했다. 채 박사는 “현재 파킨슨병을 치료할 뚜렷한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이번 분석 결과가 신약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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