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올해 투자 전략은 [시그널]
동북아시아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PEF)운용사로 한·중·일 기업에 투자하는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은 매해 3월 초 연례서한을 국내외 기관투자가에 보냅니다.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PEF 대표로 꼽히는 그의 투자 철학과 올해 거시 경제와 투자 전망을 알 수 있는 자료인데요. 지난 2년 간 연례서한에서 ‘투자의 황금창’이 열렸다며 적극적인 투자를 강조한 그도 지난달 10일 보낸 서한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유동성 축소 국면을 문이 열렸다 닫히는 ‘셔터(shutter)시장’ 이라고 불렀습니다. 과거보다 투자하고 회수할 기회를 잡는 게 어려워졌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발언인데요. 이런 시장에서 김병주 회장은 어떻게 위기를 돌파할까요. 그 비결은 아래 연례서한 번역 전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투자의 덕목은 인내입니다
▲투자와 회수가 더욱 어려워진 2023년
‘투자의 황금창’은 2021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열려 있었습니다. 하반기부터는 열렸다 닫히는 ‘셔터’ 시장이 됐습니다. 투자 기회를 더욱 탐색해야 했고 회수는 쉽지 않았습니다.
지난 해(2022년) MBK 파트너스는 역대 최대로 투자를 집행했던 2021년(미화 40억 달러, 약 5조 2000억원)에 견줄 수 있는 미화 39억달러(약 5조 7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습니다. 또한, 비록 시장 여건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미화 29억 달러 (약 3조 7700억원) 규모의 투자 회수를 단행했습니다. 시장 여건이 좋건, 그렇게 좋지 않건, MBK 파트너스는 투자를 집행하고 또 회수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입증한 한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2023년들어 시장이 안정화되고, 회복력을 보이는 가운데, 많은 분들이 ‘중국’이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에 대해 의문점을 갖고 있습니다. 중국은 더 이상 수출 위주의 세계 경제 엔진이 아닙니다. 거대한 내수 시장입니다. 2010년부터 중국의 가계소비가 국내총생산(GDP)에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한 반면, 수출의 기여도는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미국과의 무역 분쟁이 지속된다고 가정한다면, 중국은 수출보다는 내수진작을 통한 성장 정책을 주도할 것입니다. 과거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중국 역시 내수로 돌아서게 될 것입니다.
▲한중일 내수기업에 집중 할 것
MBK 파트너스의 투자 전략은 내수 기업들에 맞춰져 있습니다. 선저우주처(CAR Inc), 렌터카 기업 이하이(eHi), 테마파크 관련 기업 하이허난(Haihean)까지, MBK 파트너스의 중국 투자 포트폴리오는 현대 역사 상 가장 큰 규모의 중산층 생성으로부터 수혜를 받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 중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며,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시장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는 신념은 굳게 유지될 것입니다. 지난 해에는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관리에 집중한 한 해였습니다. 몇몇 투자사들은 코로나 초기 어려움을 겪었지만, 전반적인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매출과 실적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습니다. 이 시기에 일본 타사키나 한국 bhc그룹은 눈에 띄는 실적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2023년 1월 말 기준, MBK 파트너스의 모든 포트폴리오 기업들은 코로나로부터 회복됐거나, 회복의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내수 위주의 글로벌 경기 부침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가격경쟁력이 우수하고 유기적인 성장을 이루는 ‘요새와 같은 포트폴리오’가 구성돼 있었기에 코로나(COVID-19)라는 풍랑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서 3건의 대규모 기업 경영권 인수
‘투자의 황금창’이 열린 시기, MBK 파트너스는 활발하게 투자를 했습니다. 특히,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했던 한국에서 생산적인 결과가 있었습니다.
딜 종결성, 안전성을 선호하는 현상으로부터 수혜를 입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두 분기동안 (6개월 동안) MBK 파트너스는 한국에서의 발표된 메이저 딜 3개 모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메디트, 오스템임플란트, 그리고 넥스플렉스까지 인수계약을 체결했거나, 딜 클로징을 했습니다. 2022년 초에는 동진섬유를 인수했고, 코리아센터도 인수했습니다. 일본에서는 고령층을 위한 케어 서비스 기업인 유니매트(Unimat Retirement Community)를 인수했습니다. 스페셜 시츄에이션스(특수상황에 놓인 기업 소수지분 투자)펀드의 경우, 한국에서는 메가존클라우드에 투자했고, 일본에서는 마렐리홀딩스(Marelli Holdings)의 대출 채권에, 중국에서는 칭화유니그룹(Tsinghua Unigroup)의 후순위 채권에 투자했습니다. MBK 파트너스의 투자 전략은 동북아시아 시장에 대한 거시적인 안목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거시적인 안목 아래, 아시아 시장에서 형성되고 있는 특징이나 흐름을 간과하지 않고, 깊게 파고 들어가고자 합니다. 분명, 중국, 일본, 한국 동북아시아의 거시경제학적 펀더멘탈은 탄탄하고 확실합니다. 다만, 단지 규모나 수치적 성장만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3개국이 어떤 퀄리티(경제 성장의 질적인 부분)를 보이며 성장하느냐가 중요합니다.
▲한국과 일본 헬스케어는 좋은 투자 대상
저희가 내수 기업에 투자한 것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소비재, 내수 기업들이 가장 크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큰 테마 아래, MBK 파트너스는 일본과 한국이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 사회가 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게 됐습니다. 인구통계는 정말로 운명과도 같습니다. 일본 요양시설 츠쿠이(Tsukui)나 유니매트, 그리고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투자와 같이 헬스케어, 특히 실버산업에 대한 투자가 점차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MBK 파트너스는 소비자대상거래(B2C)에서 기술이 동반된(융합된) 헬스케어기업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메디트와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투자가 바로 이 점에 정확하게 부합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업 연이어 투자하며 위기 타개
MBK 파트너스는 또한 운영의 묘를 살리고 시너지를 창출하고자, 수직적 결합을 추구하는 ‘구조적 투자’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다나와와 커넥트 웨이브, 메디트와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구조적 결합(또는 시너지)을 통해 매출 강화는 물론, 비용 절감 차원에서도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애드온(Add-on) 투자 역시 강조하고 있습니다. 츠쿠이와 유니매트, 고디바와 피에르마르콜리니(Pierre Marcolini)의 경우가 바로 애드온 투자입니다. 물론 애드온 투자는 물리적 시간이 오래 소요되기도 합니다. 피에르마르콜리니 투자 건은 거의 2년 동안 논의를 해오던 것이었고, 메디트는 첫 논의를 한 지 1년 후 우리의 조건에 부합해서 다시 찾아온 기회였습니다. 사모투자 업계에서 인내는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상위권 사모펀드 만큼 성과
MBK 파트너스의 모든 펀드들이 지난 해 확실한 성과를 보였습니다. 최근 청산한 바이아웃 2호의 가치는 거의 3배에 가까웠으며, 바이아웃 3호 펀드와 4호 펀드의 가치는 각각 2.1배, 1.6배의 올랐습니다. 스페셜시츄에이션 1호 펀드 역시 2배 가까이 가치가 증가했습니다. 펀드의 성과를 측정하는 보다 의미있는 방법은 투자회수 후 출자자들에게 돌려드리는 배분 자금의 규모 ‘수익배분지표(DPI·Distribution to Paid-in Capital)'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투자 회수를 통해 출자자들에게 돌려드린 그 규모(지금은 미화 183억 달러에 달하는)가 저희를 아시아 지역 운용사들 중 선두주자로 만들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MBK 파트너스 펀드 퍼포먼스 리더십은 DPI 및 납입자본에 대한 총가치(TVPI)에 의해서 더욱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DPI와 TVPI에서 MBK 파트너스는 글로벌 상위 25% 펀드운용사의 성과를 뛰어넘고 있습니다.
중국의 저우 언라이(주은래, Zhou Enlai) 총리가1972년 미국 측 상대방으로부터 (18세기 말에 일어난) 프랑스 혁명의 영향에 대해 질문 받았을 때, 그는 “말하기 너무 이르지 않나요”라고 답했습니다. 비록 100년은 아니지라도, 사모투자 업계 종사자들 역시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중국의 경우처럼, 근시안적으로는 장애물이 있더라고, 동북 아시아의 사모투자시장은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장기적인 안목에는 인내심을 필요합니다.
완전무결한 것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아시아 사모투자 시장이 장매물과 혼란 없이 서양의 수준까지 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듭니다. 비록 성장통이 있겠지만, 아시아 사모투자 시장은 시장의 발전 방식에 따라, 성장할 것입니다. 다만, 실수를 해서는 안 됩니다.
중장기적으로 아시아 시장은 성장하고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MBK 파트너스는 변화 이끄는 대리인이자 결실의 수혜자로 여기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인내에는 보상이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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