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비극 부른 '검정고무신' 불공정 계약 특단 대책 나와야

신재우 기자 2023. 4. 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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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만화의 대표작인 '검정고무신' 작가가 별세하면서 '저작권 문제'가 수면위로 다시 떠올랐다.

이 작가의 죽음 이후 "이번만은 다르다"고 한 문체부는 만화 분야 표준계약서에 2차 저작물 작성권의 내용을 구체화하고, 제3자 계약 시 사전동의 의무 규정을 포함해 창작자의 저작권 보호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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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한국 만화의 대표작인 '검정고무신' 작가가 별세하면서 '저작권 문제'가 수면위로 다시 떠올랐다.

저작권 분쟁으로 인한 비극은 '제2의 검정고무신'과 '제2의 이우영'을 막자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정치계, 만화계는 추모와 함께 대책 마련에 골몰하기 시작했다.

이번 사태에서 우선적으로 비난의 화살이 향한 곳은 형설출판그룹(형설출판사·형설앤)이다.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형설출판사는 지난 15년간 '검정고무신'을 원작으로 한 사업을 77개 이상 전개했고 고인에게는 단 1200만원만을 지급했다. 그뿐만 아니라 '검정고무신'의 원작자가 아님에도 출판사 대표가 저작권 지분을 갖게 한 저작권 계약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만화 '검정고무신' 계약 관련 특별조사팀을 설치하고 형설출판사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예고했다. 계약과 관련해 예술인권리보장법 위반 여부를 따진다는 계획다.

한국만화가협회 등 만화계 단체들이 만든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 또한 형설출판사와 전면전에 나섰다. 최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들은 형설출판사에 저작권 반환을 비롯해 원작자인 이우영·이우진 작가에 대해 진행 중인 2건의 민사소송에 대한 취하를 요구했다.

형설출판사에 대한 질타와 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것이 '제2의 검정고무신' 사태를 막는 것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

이는 최근 형설출판사가 언론을 통해 밝히고 있는 입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검정고무신'에 대한 2차 저작권을 비롯해 출판사 대표가 나눠 가진 저작권 지분과 권리는 모두 원작자들의 동의 하에 서명이 이뤄졌고 강제성이 없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은 현 저작권법에 있다.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지만 불공정 계약과 창작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는 구체화되지 못했다.

실제로 한 만화계 관계자는 "이우영 작가의 사태가 안타깝긴 하지만 작가가 직접 사인한 계약서이고 이미 체결된 계약인 만큼 저작권을 찾아오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형설출판사의 기이한 저작권 계약의 배경에는 부실한 만화 분야 표준계약서와 저작권법이 있다. '구름빵'의 백희나 작가의 저작권 분쟁 이후에도 개선이 없던 제도적 장치가 이제는 마련돼야 한다.

이 작가의 죽음 이후 "이번만은 다르다"고 한 문체부는 만화 분야 표준계약서에 2차 저작물 작성권의 내용을 구체화하고, 제3자 계약 시 사전동의 의무 규정을 포함해 창작자의 저작권 보호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제2의 검정고무신'을 막기 위해선 한 출판사의 몰락이 아니다. 안타까운 비극을 막기 위해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불공정 계약을 없앨 저작권법 개정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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