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국민 대상으로 북한 실상 알리는 '심리전' 준비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정부가 북한의 실상을 알린다는 명분으로 북한과 관련해 남한 국민을 대상으로 심리전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6일 기자들과 만난 통일부 당국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인 5일 외교·안보 분야를 주제로 제2차 국정과제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통일부에 북한의 간첩 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심리전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 심리전의 대상이 남한 국민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심리전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간첩 사건과 같은 북한의 불순한 기도에 우리 국민이 넘어가지 않고 올바른 대북관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며 "북한의 실상과 참혹한 인권 상황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면서 우리 국민이 올바른 대북관을 갖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심리전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자국민이 아닌 다른 국가 국민을 상대로 한다고 돼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심리전'(心理戰)은 "명백한 군사적 적대 행위 없이 적군이나 상대국 국민에게 심리적인 자극과 압력을 주어 자기 나라의 정치·외교·군사 면에 유리하도록 이끄는 전쟁"이다.
자국민을 상대로 심리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유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그만큼 사안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며 "국민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측면"이라고 답했다.
통일부는 이같은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이라도 하듯 오늘 개성공단 내 자산을 북한이 무단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항의하는 내용의 전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그간 북한에 개성공단 무단 사용 정황을 확인하고 사용 중단을 촉구해 왔다. 그러나 거듭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계속 무단으로 공단을 사용하고 있다"며 "특히 출퇴근 버스를 개성과 평양 시내에서 공공연하게 이용하고 있는 모습이 <조선중앙TV>와 <로동신문> 등 매체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정부는 오늘 오전 9시 남북연락사무소 개시통화에 이어 10시에 재차 대북통지문을 발송해 정부 입장을 전달하려 했으나 북한이 수령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통지문에 "북한이 우리 기업 공장울 기업인 의사와 관계없이 가동하는 것은 명백한 재산권 침해이며 남북 간 투자보장 합의서는 물론 북한의 개성공업지구법 위반 행위로 북한은 이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을 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측 요구와 관련해 북한의 상응하는 답변이 없을 경우 우리 정부는 북한이 공단 무단 가동 시인한 것으로 보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북한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며 "개성공단 기업, 관계 기관 등과 관련 상황을 긴밀히 공유하면서 대응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북한의 개성공단 출퇴근 버스 이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지만, 실제 중단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실효적인 조치는 별로 없는 상황이다. 공단이 가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직접적으로 항의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남북 연락사무소 채널의 개시·종료 통화 외에 남북 간 대화도 전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행동에 대응해 북한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확성기 방송 재개, 전단 살포 등을 할 수 있으나 이것이 개성공단 차량 무단 사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실제 어느 정도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한편 지난해 7월 3일 <조선중앙TV>와 지난 5일 <로동신문>을 통해 평양 내에서 개성공단 노동자용 출퇴근 버스를 사용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버스는 개성공업지원재단에 소속되어 있으며 공단이 가동될 때 대략 300대 정도 이용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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