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가마우지 떠난 '원주 거북섬'…죽음의 섬에 움트는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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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가마우지의 배설물로 '죽음의 섬'이 된 강원 원주 흥업저수지 거북섬에 초록의 생명력이 움트고 있다.
꼬박 1년 전인 지난해 4월 초 식목일을 앞둔 거북섬은 회색빛만 감도는 죽음의 섬이었다.
하지만 가마우지가 서식지로 둥지를 튼 이상 거북섬의 생태 복원은 요원해 보였다.
원주시는 지난해 식목일 행사로 가마우지가 떠난 거북섬 곳곳에 스트로브잣나무 200여 그루를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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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물로 인한 백화현상에 회색빛 섬이 초록빛 생명의 섬으로 거듭나
(원주=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민물가마우지의 배설물로 '죽음의 섬'이 된 강원 원주 흥업저수지 거북섬에 초록의 생명력이 움트고 있다.
꼬박 1년 전인 지난해 4월 초 식목일을 앞둔 거북섬은 회색빛만 감도는 죽음의 섬이었다.
축구장 면적의 절반도 채 안 되는 거북섬은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 연세대학교 미래 캠퍼스 내 흥업저수지에 자리한 작은 섬이다.
민물가마우지 떼가 서식처로 터를 잡으면서 배설물로 인한 백화현상이 심화해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았다.
십여m에 달하는 250그루의 나무들이 즐비했지만 이미 오래전 생명을 다한 고사목이다.
그저 거북이 등딱지처럼 불룩 솟아오른 거북섬에 뿌리만 내린 채 서 있는 고사목의 가지 끝은 뼈만 남은 손가락처럼 괴기스러웠다.
이 섬에는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20호로 지정된 고려 시대 불상인 매지리 석조 보살입상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민물가마우지 배설물 피해로 석불이 훼손되자 보다 못한 원주시가 별도의 보호각을 설치했을 정도다.
거북섬이 죽음의 섬으로 변한 것은 2014년 무렵이다.
항공촬영 사진을 보면 2012년까지만 해도 거북섬은 수십m의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울창한 숲이었다.
그러나 2014년 무렵부터 가마우지가 이 섬에 둥지를 틀고 서식하면서 배설물 등으로 인한 백화현상이 급속 진행됐다.
급기야 나무들은 점점 생명을 다해 고사목으로 변했고, 토양도 척박해져 풀 한 포기조차 나지 않는 회색빛 죽음의 섬이 되고 말았다.
생명이 다한 것 같았던 거북섬을 1년 만인 이달 초 식목일을 앞두고 다시 찾았다.
앙상한 가지 끝이 길게 뻗은 고사목은 여전히 괴기스러운 풍경을 자아냈다.
하지만 거북이 등딱지처럼 불룩 솟은 섬 곳곳에는 1년여 전과 달리 초록의 기운이 움트고 있었다.
작은 나무들이 식재됐고 그 주변으로 풀이 자라났다. 회색빛 죽음의 섬에 초록 물감을 살짝 흩뿌린 듯 보였다.
물론 저절로 거북섬이 초록의 기운을 되찾은 것은 아니다.
거북섬을 되살리려는 녹화 프로젝트가 가동된 것은 2019년부터였다.
흥업저수지 생태계 보전 사업의 하나로 거북섬 고사목 250주 중 114주를 제거했다.
고사목이 제거된 곳에 나무를 심고 섬 주변에는 풀을 심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마우지가 서식지로 둥지를 튼 이상 거북섬의 생태 복원은 요원해 보였다.
결국 원주시는 2020년부터 가마우지가 다른 곳으로 먹이 활동을 떠난 사이 빈 둥지 제거 작업을 시작했다.
둥지를 없애는 인위적 간섭을 통해 가마우지가 서식지를 이전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러자 가마우지가 거북섬을 더는 찾지 않게 됐다.
원주시는 지난해 식목일 행사로 가마우지가 떠난 거북섬 곳곳에 스트로브잣나무 200여 그루를 심었다. 덩굴도 제거하고 척박해진 토양에 생명이 잘 움틀 수 있도록 비료도 뿌렸다.
거북섬의 생태가 2012년 이전으로 회복될 때까지 둥지 제거 등 지속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강원도는 민물가마우지를 포획해 개체수를 조절할 수 있도록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달라고 최근 환경부에 건의했다.
철새인 민물가마우지가 텃새화되면서 내수면 어민 등의 피해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민물가마우지는 도내 9개 시군 하천과 호수, 저수지 등 42곳에서 2만마리 이상이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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