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특화 규제 샌드박스서 ‘데이터 제출’ 의무화…업계 반발에 정부 ‘고심’
‘기업 비밀’ 녹아있는 데이터 두고 예민한 업계
“데이터 수집해야 서비스 발전·국민 편의 증진”
도심항공교통(UAM)과 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이동 수단이 등장하면서 모빌리티 혁신 활성화를 위한 ‘모빌리티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모빌리티법에는 ‘데이터 제출’ 의무가 명시됐다. 그러나 업계는 민간 주도의 혁신 성장을 위해 추진되는 모빌리티법에 포함된 데이터 제출 의무가 과하다는 반응이다. 이에 정부는 기업이 데이터를 제출할만한 유인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모빌리티 혁신 및 활성화 지원에 관한 법률’(모빌리티법) 제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모빌리티법은 올해 10월부터 시행된다. 데이터 제출 의무를 명시한 법은 모빌리티법이 처음이다.
모빌리티법의 제16조와 제17조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장관은 실증 특례를 부여받은 자 및 시범사업을 수행하는 자에게 해당 사업 수행에 따라 발생한 모빌리티 관련 데이터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이 명시됐다.
다만 데이터에 개인정보가 포함된 경우에는 해당 부분의 수집·제공 및 이용에 관여하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른다. 국토부 장관은 제출받은 데이터 등 모빌리티 관련 데이터를 종합적,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관리해 국민에게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의무를 갖는다.
업계는 차량에 탑승한 승객 정보나 운행 횟수 등 회사 내부 데이터를 정부에 넘겨야 하는 입장이 됐다. 이에 업계는 데이터에 기업 비밀이 녹아있어 데이터 부과 의무가 과하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정부는 데이터 분석 없이 제대로 된 실증 효과를 볼 수 없다며 법에 의무 사항을 포함했다. 모빌리티법이 도입된 취지는 국민 교통편의를 증진하고 민간의 모빌리티 혁신을 차질 없이 지원하려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데이터 수집이 필요하다는 논지다.
모빌리티 규제 샌드박스는 관계 법령에 기준·규격·요건 등이 미비하거나 적용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에도 실증과 사업을 지원하는 제도다. 규제 샌드박스 안에 들어온 기업들은 임시허가 및 실증특례 등 규제에서 벗어나게 된다. 앞서 모빌리티 분야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스마트 앱미터기 도입과 이를 활용한 선결제·맞춤형 요금제가 도입된 것이 대표적이다.
기존 규제 샌드박스 승인 건수 960건 중 모빌리티 분야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0.9%를 차지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산업융합,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규제자유특구 등 6개 규제 샌드박스에 더해 모빌리티 특화형 제도가 생긴 것”이라며 “모빌리티법이 새로 도입됨에 따라 모빌리티 분야 혁신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정부는 모빌리티법이 통과된 이후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 작업에 들어서면서 기업이 데이터 제출 의무를 부담해서라도 모빌리티 규제 샌드박스를 선택할 만한 유인책을 고민 중이다.
모빌리티 규제 샌드박스 혜택을 누리면서 데이터 제출을 하지 않을 경우 규제 샌드박스 연장을 어렵게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규제 샌드박스들 중 데이터 제출이 의무인 모빌리티 규제 샌드박스를 선택할만한 매력적인 인센티브를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실제로 모빌리티 사업자 ‘반반택시’는 운행데이터를 제출해 모르는 사람과 함께 택시를 타는 ‘택시 합승’ 법률 개정까지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로 인해 택시 합승이 지난해 1982년 이후 40년 만에 부활했다. 반반택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CT 규제샌드박스에 참여한 곳이다. 정부가 플랫폼 택시 사업자 규제 완화를 위해 법 개정까지 나서 제도권으로 편입한 것이다. 기업의 데이터 제출이 새로운 법이나 제도를 만드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례다.
전문가들은 데이터를 수집해야 규제가 완화된 새로운 서비스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한다. 김동영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은 “현재 샌드박스의 경우 데이터 제출 의무가 없어 실증에 대한 효과 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임기응변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새로운 시도를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서비스로 발전시키기 위해 데이터 제출이 의무화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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