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IT업계 76% ‘공짜야근’ 포괄임금 “살려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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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의 오징어 잡이 배'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로 특정 기간 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것으로 알려진 IT·게임업계 3분의 2 이상이 포괄임금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노동조합의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IT 위원회는 현재 주 최대 52시간제 안에서도 포괄임금제, 유연근무 제도 등으로 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상황에서 정부의 연장근로 유연화가 '크런치 모드 전산업 확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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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런치 모드로 일일 13시간 근무를 4주 연속 한적 있습니다. 살려주십쇼.”(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IT위원회 설문조사 자유응답 내용 중)
‘판교의 오징어 잡이 배’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로 특정 기간 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것으로 알려진 IT·게임업계 3분의 2 이상이 포괄임금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노동조합의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포괄임금제를 쓰는 기업 노동자 10명 가운데 9명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응답하는 등 포괄임금제와 장시간 노동의 연관성도 확인됐다.
6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수도권지부 IT 위원회(IT위원회)는 게임·IT 업체 111곳을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84곳(76%)에서 포괄임금제가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장근로 수당 등을 미리 정한 액수만큼만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는 사무직·IT 업계에 만연한 계약 형태다. 약정된 시간 이상 초과 노동을 해도 미리 정한 액수가 있어 관련 수당을 추가로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는 ‘공짜야근’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약정된 시간을 초과하는 노동 등 포괄임금 오·남용을 바로 잡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노동계가 요구하는 포괄임금제를 제한하는 법제화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실제 IT위원회의 조사를 보면 포괄임금제를 채택하고 있는 회사 노동자의 88.1%(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41.7%, 심각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46.4%)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9명에 해당하는 압도적 다수로, 포괄임금제와 장시간 노동의 연관성이 드러난 셈이다. 설문조사 자유응답에서 노동자들은 “업데이트 전 크런치 기간(프로그램 개발 일정을 맞추기 위해 특정 기간 장시간 일하는 것)이라고 일일 13시간 근무를 4주 연속 한적 있습니다. 살려주십쇼.” “업무 시간 외 근무를 당연히 여기며 야근을 해야 완료 가능한 일정으로 계획을 잡습니다” 같은 집중·압축 노동에 대한 경험담이 담겼다.
IT 위원회는 현재 주 최대 52시간제 안에서도 포괄임금제, 유연근무 제도 등으로 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상황에서 정부의 연장근로 유연화가 ‘크런치 모드 전산업 확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오세윤 IT위원회 위원장(네이버 지회장)은 “69시간으로 상징되는 이번 개편안은 결국 특정기간 초장시간 노동, 즉 크런치 모드를 전 산업에 확대하겠다는 의미”라며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이미 건강을 해친 후 몰아서 쉰다고 해서 건강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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