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은행인데요”…수억원 편취하고 도피한 보이스피싱범 기소

지난달 인천공항에서 체포된 A씨(44) |서울 동부지검 제공

검찰이 3년 가까이 중국에서 도피 생활을 이어온 보이스피싱 사범들을 국내로 송환해 구속했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은 2020년 중국에서 기망책(전화상담원)과 연락책, 전달책 등으로 구성된 보이스피싱 조직을 만들어 활동한 보이스피싱 총책 A씨(44)를 구속기소 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11~12월 중국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을 구성해 제1금융권,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방식으로 11차례에 걸쳐 2억3452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합수단은 전체 범죄 수익이 14억6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번에는 피해자가 특정된 범죄사실로만 공소를 제기했다.

합수단은 현금 수거책과 전달책만 처벌된 보이스피싱 사건을 분석해 총책 A씨의 신원을 확인했다. 현금 전달책의 위치를 추적해 돈이 거래된 장소를 특정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8월 A씨에 대해 여권무효화 등 송환 절차를 밟은 끝에 지난달 20일 인천공항에서 귀국하는 A씨를 체포했다.

합수단은 ‘범죄인 인도 청구’ 대신 ‘거류허가 연장 저지’를 통해 A씨를 중국 불법체류자로 만들어 퇴거시키는 방식으로 강제 송환했다. A씨는 거류허가가 연장되지 않아 중국에서 여권을 압수당하자 할 수 없이 귀국해 검찰에 체포된 것으로 파악됐다.

합수단은 A씨 소유 건물과 토지 등에 대한 추징 보전을 청구했다. 또 지난해 10월 구속기소된 환전책 B씨의 형사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로 전달책 C씨를 추가 기소했다.

김호삼 합수단장은 “긴밀한 국제공조로 해외에 거주하고 있거나 해외 도피 중인 보이스피싱 조직원에 대한 검거 및 국내 송환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대규모 보이스피싱 범행을 저지른 국제 범죄조직을 집중적으로 수사해 범죄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겠다”고 밝혔다.

합수단은 지난해 7월 출범 이후 8개월간 보이스피싱 사범 180명을 입건하고 50명을 구속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