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시대, 경계를 넘어…클래식, 봄을 물들이다
28일부터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이제는 훌쩍 자란 ‘전통’의 클래식 축제들이 돌아왔다. 해마다 봄바람과 함께 찾아온 클래식 선율이지만 올해는 더 특별하다. 3년간의 코로나19를 보낸 뒤 맞은 무대이기 때문이다.
“장르, 시대, 서로 다른 음악 세계, 동과 서의 경계를 넘겠다.”
진은숙 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은 올해로 21년째를 맞는 축제를 이끌며 ‘경계를 넘어(Beyond Borders)’(4월 9일까지)를 주제로 세웠다. 국내 클래식 축제의 맏형 격인 음악제다.
이번 축제는 ‘파격’이다.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하며 한계에 도전한 담대한 음악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응축된 에너지를 풀어낸다. 진 예술감독은 “현대음악에 국한되지 않고 좋은 작품이면 어떤 형식과 시대의 것이든 거리낌 없이 선보이는 통영국제음악제의 성격을 표현하고자 했다”며 “바로크부터 현대까지 모든 시기의 음악이 다 어우러지는 곳이 통영국제음악제다. 새롭게 개발한 악기를 사용하는 무대나 비디오 아트가 어우러진 음악 등 폭넓은 작품을 선보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체코를 대표하는 현대음악 작곡가 온드레이 아다멕,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상주 작곡가, 연주자로 참여한다. 카바코스는 지난해 진 감독이 자신을 위해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2번 ‘정적의 파편’을 폐막식 무대(4월 9일)에서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인다. 진 감독은 카바코스의 무대에 대해 “오래 꿈꿔왔던 무대이자 최고의 조합”이라며 “카바코스는 제가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수준의 연주를 하는 분이고 굉장히 높은 음악적 수준에 도달한 거장이다. 이 연주자와 우리나라의 젊고 유망한 연주자들을 연결해주는 것이 나의 오랜 꿈이었다”고 말했다. 온드레이 아다멕의 2012년 작품으로 비디오 아트와 회화가 현대음악과 어우러지는 ‘디너’(4월 8~9일) 한국 초연도 기다리고 있다. 세계 최정상의 현대음악 앙상블인 ‘앙상블 모데른’이 연주하며 작곡가가 직접 지휘하는 무대다. 거장 피아니스트 세르게이 바바얀과 독일 가곡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마티아스 괴르네도 통영을 찾아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4월 8일)를 협연한다.
최수열이 지휘하는 부산시립교향악단(4월 5일)은 중국의 생황 명인 우웨이, 프랑스의 아코디언 명인 파스칼 콩테와 왈츠, 맘보, 차차차, 동양춤을 오가는 ‘춤 음악’을 연주했다. 특히 통영국제음악재단이 부산시립교향악단 및 프랑스 브르타뉴 국립 오케스트라와 공동 위촉한 신동훈 신작 ‘생황, 아코디언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2인극’은 아시아 초연 무대다. ‘실내악은 어렵다’는 편견은 이 축제의 등장과 함께 깨졌다. 올해로 열여덟 살이 된 서울스프링실내악 축제(4월 26일~5월 7일)다.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윤보선 고택 등으로 장소를 옮겨가며 관객과 만나는 이번 축제의 주제는 ‘다다익선’이다. 서울스프링실내악(SSF) 축제엔 12일간 13회의 공연이 진행돼 무려 65명의 연주자가 총출동한다. 2022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 우승자인 최하영을 비롯해 2022년 어빙클라인 국제 현악콩쿠르에서 첼로로 우승을 차지한 김가은, 2023년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 현악사중주 부문 1위를 수상한 아레테 콰르텟이 올해 처음으로 SSF의 무대에 오른다. 솔리스트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대니 구, 문지영, 박규희, 문태국도 함께한다. 축제에선 기존의 2중주, 3중주, 4중주 중심의 실내악을 넘어 6중주에서 8중주까지 더 많은 연주자들이 모여 ‘실내악의 정수’를 보여준다. 강동석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예술감독은 “다양한 음악가들을 한무대에 모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에 큰 구성의 실내악 연주작품을 감상할 기회는 그리 흔치 않다”고 말했다.
레퍼토리에서도 다양성을 추구했다. 강 감독은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가 추구하는 목표 중 하나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레퍼토리를 소개하는 것”이라며 “올해 연주되는 이러한 작품들은 대중에게는 물론 공연자들에게도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곡 자체의 가치는 보물과도 같다”고 말했다.
서울실내악스프링축제는 기발하다. 재치 있는 아이디어로 전에 없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6중주로 울려퍼지는 개막 공연을 시작으로, 베토벤, 생상스, 브람스의 ‘작품 번호 18번’(4월 28일)만을 모았고, ‘베토벤의 SNS’라는 주제로 페르디난드 리스, 모차르트, 훔멜의 곡(4월 29일)을 만날 수 있다. 2중주, 3중주(5월 1일)의 소규모 실내악은 물론 ‘내림마장조 7중주’(5월 3일)만 모은 날도 있다. 스위스 목동들이 불던 기다란 알프호른과 마임 배우 크로즈니의 만남(5월 5~6일)은 전 세대를 겨냥한 프로그램이다. 폐막 공연엔 24명의 연주가 세 개의 무대로 8중주를 선보인다.
강 감독은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거대한 용광로와 같다”며 “올해에도 역시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다양한 세대의 예술가가 모여 숭고한 음악을 만드는 즐거움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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